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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ECB의 예상 웃돈 PEPP 규모 확대

기사입력 : 2020-06-05 13:58

(최종수정 2020-06-10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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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ECB의 예상 웃돈 PEPP 규모 확대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정책금리를 동결하고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 규모 확대에 나섰다.

ECB는 현지시간 4일 통화정책회의 개최 후 PEPP의 매입 규모를 6,000억유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8.7%로 대폭 하향 조정한 뒤 시장 예상보다 큰 자산매입 계획을 밝힌 것이다.

독일 내각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총 1,300억유로 규모의 추가 부양책을 시행하는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유럽 중앙은행도 예상보다 공격적인 경기 부양에 나선 것이다.

■ ECB, 성장률과 물가 전망 낮추고 긴급매입 규모 예상보다 1천억유로 늘려

지난 3월 ECB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8%로 제시했으나 이번 회의에선 -8.7%로 대폭 낮췄다. 성장률 하향 조정폭이 9.5%p에 달할 정도로 컸다.

올해 경기가 급락하는 만큼 베이스 효과로 내년엔 5.2%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일단 2020년 경기에 대한 우려로 ECB는 보다 적극적인 채권 매입에 나서게 됐다.

지난 3월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1%를 기록해 1%를 넘을 것으로 봤으나 이번 회의에선 0.3%로 역시 전망치를 낮췄다.

결국 성장과 물가 경로에 대한 3월 예상을 크게 수정한 것이다. 이 때문에 ECB는 양적완화 강도를 보다 높일 수 밖에 없었다.

라가르드 ECB 총재는 결정 후 언론 회견에서 "경기 바닥 탈출 신호가 확인되지만 하강 속도에 비해 충분하지 않다"면서 "전례없는 수준의 코로나19발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수단도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ECB의 PEPP 규모는 기존 7,500억유로에서 6천억유로 증액된 1.35조유로로 늘어났다. 기한도 2021년 6월까지 6개월 연장된다. PEPP를 통해서 산 자산은 최소한 2022년말까지 재투자될 예정이다.

ECB는 지난 3월 18일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해 PEPP를 가동했으며, 4월 30일 회의에선 이 규모를 유지한다고 밝혀 사람들을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출범 직후 적극적으로 자산 매입에 나섰던 탓에 증액은 불가피했던 상황이었다.

ECB는 그러나 PEPP에 Fallen Angel 회사채를 포함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라가르드 총재는 최근 독일 헌법재판소의 ECB PSPP(공공자산매입프로그램) 위헌 판결에 대해서 독일 정부 및 중앙은행에만 적용된다고 선을 그었다. EU 공동 기금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 PEPP와 PSPP

자료: 신한금융투자 이미지 확대보기
자료: 신한금융투자


ECB는 자산 매입을 할 때 ECB에 자본금을 댄 나라들의 출자비율에 따라 자산을 매입해주는 캐피탈 키(Capital key)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다만 라가르드 총재와 ECB는 PEPP가 PSPP보다 더 유연하게 채권을 사 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ECB가 공개했던 내용을 보면 3월20일부터 5월20일까지 두 달간 ECB는 출자비율 26% 남짓인 독일 채권을 27% 가량 사면서 비율과 비슷하게 사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출자비율 20%인 프랑스 채권은 14% 정도 샀고 출자지분이 17%인 이탈리아 채권과 CP는 22%가 약간 못 미치는 규모로 매입했다.

당시 이탈리아는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유로존 국가였기 때문에 지분보다 많이 샀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탈리아 채권을 더 집중적으로 샀어야 하는 것 아니었냐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또 프랑스는 적게 사고 유로존 내에서 코로나 대응을 상대적으로 잘한 독일은 많이 사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5월초 독일 헌재가 "PSPP는 재정위험을 초래하고 민간저축에 손해를 끼쳐 납세자의 돈을 위태롭게 하며, 좀비기업을 유지시킨다"는 식으로 나오면서 3달 내에 이 제도의 필요성을 납득시켜 보라고 요구하자 ECB도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ECB는 2014년부터 PSPP를 통해 2.2조 유로에 달하는 대규모의 채권을 매입했다.

라가르드 총재가 독일 헌재의 판결에 대해 '독일 정부와 중앙은행에만 적용된다'고 했어나 판결 이후 PEPP가 독일 채권 매수에 주력한 것이다.

ECB가 PEPP를 통해 '코로나19로 어려운' 국가들의 채권을 많이 사줄 수 있다는 입장이었지만, 국가간 이해 관계도 걸려 있다. PEPP를 활용해 이탈리아 채권을 대거 매입하려하자 유로존 4위에 해당하는 경제규모를 갖고 있는 스페인이 덩달아 자신들의 채권도 적극 사달라고 했다. 이러자 ECB는 PSPP를 통해 이탈리아 채권을 더 사는 식으로 대응했다. 독일 법률 당국의 입김 속에 ECB의 PSPP와 PEPP를 활용하는 형태에 영향이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고 재정안정 문제에 대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독일'의 성향 등도 작용하면서 ECB가 미국처럼 무제한 양적완화 카드를 빼들기는 쉽지 않다. 또 ECB의 역할이 커지면 약삭빠른 정부들은 '공동의' 중앙은행이 다 하라면서 재정에서 쓸 돈을 아끼려 들 수도 있다. 공동의 통화정책, 그러나 각자 다르게 가야 하는 재정정책의 엇박자 속에 ECB 내부에서도 힘겨루기는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ECB는 각국의 사정과 상황이 안 좋은 국가 채권을 더 사준다는 PEPP의 원칙 등을 감안해 채권 매입을 진행할 수 있다.

한윤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ECB는 지난 3~4월 크게 늘렸던 이탈리아의 비중을 줄이고 대신 독일의 비중을 다시 늘렸다. 5월 독일 헌재의 PSPP 위헌 판결 때문"이라며 "향후 PEPP에 있어서 이탈리아 등 재정 취약국의 국채 매입 비중은 Capital Key보다 높게, 재정건전국의 비중은 Capital Key보다 낮게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ECB의 취약국 국채 매입 지원과, EU 공동 기금 설립 기대감에 주변국-중심국 금리차는 단기에 축소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면서 "다만 5월의 일시적 비중 정상화를 감안하면, 취약국 매입 비중이 3~4월 만큼 높아지기는 어렵다. 그동안 국채 순상환을 이어오던 재정 건전국마저도 올해는 순발행이 불가피해져 ECB의 지원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유로존 내 주변국과 중심국 국채 금리 스프레드는 단기에 축소되다가, 하반기 중 재차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 PEPP 증액과 위험선호..추가 증액 가능성과 분트채 금리 추가 상승의 한계

자료: 신한금융투자 이미지 확대보기
자료: 신한금융투자


ECB가 PEPP 규모를 예상보다 크게 늘리면서 위험선호가 강화됐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유럽내 대표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3일 6.0bp 오른 데 이어 4일엔 3.45bp 상승했다. 10년물 금리는 -0.3212% 수준으로 올라온 상태다.

반면 독일 분트채와 신용을 견주기 어려운 이탈리아 국채 10년물 금리는 ECB의 결정 이후 급락했다. 이탈리아 10년물 금리는 4일 13.63bp 급락한 1.4081%로 내려갔다.

하지만 유로존의 경기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독일 금리의 '추세적인' 상승을 자신하기도 쉽지는 않다.

유럽 재정위기가 터진 뒤인 2012년 초 ECB가 LTRO를 통해 재정위기 국가를 지원하자 독일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지원이 재정위기 국가의 펀더멘털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독일 금리는 올랐던 폭 이상으로 하락한 바 있다.

최근 독일 금리가 자국, EU, ECB의 경기부양 기대에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1월 말 수준(-0.3%대)에 도달했으나 지금부터는 정책 기대가 과연 경기 개선으로 이어질지를 봐야 한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박민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PIGS로 대표되는 주변국은 자체적인 재정투입 여력이 부족해 EU 경제회복기금 편성을 기대한다"면서 "관련 회의가 6월 19 예정돼 당분간 독일 금리는 추가 조정이 가능하겠으나 주변국 펀더멘털 개선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결국 독일 금리도 시간이 좀 더 흐르면 재차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점이다.

박 연구원은 "독일 금리 상승은 추세 형성은 아닐 것이다. PEPP는 주변국 금리를 낮추기 위한 정책이지만 PIGS국가들의 높은 관광업 의존도를 감안하면 하반기 중 펀더멘털 개선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면서 "여전히 독일 금리가 낮게 유지되는 것이 유로존 경기 회복의 첫번째 조건"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둘러 매수에 나설 필요는 없겠으나 독일 국채에 대해서는 분할 매수를 대기할 때"라고 조언했다.

이와 맞물려 유로존 경기 부진이 심화되면 PEPP의 규모가 앞으로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진단들도 제기된다. 유로존 경기가 기대 만큼 제대로 반등하기 어려워 계속해서 PEPP 덩치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 회복 정도를 봐야 하겠지만, 예컨대 PEPP가 오는 9월 정도에 5천억 유로 정도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 등이 나오고 있다.

한윤지 연구원은 "ECB 가 낮아진 성장과 물가 경로를 감안해 PEPP 규모를 확대했으나 향후 추가로 전망치 하향이 발생할 경우 자산매입 규모 추가 확대 가능성이 잔존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과거 남유럽 재정위기 당시 사용한 OMT(Outright Monetary Transactions)와 SMP(취약국 국채 매입 프로그램)는 과거의 실패를 비춰볼 때 재개할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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