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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유니클로 불매운동이 남긴 교훈

기사입력 : 2020-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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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구혜린 기자] '노재팬' 운동이 시작된 지 7개월이 넘었다. 지금이야 어느 정도 가라앉은 분위기라 일본 여행을 눈치 보지 않고 떠나는 이들도 많지만, 지난해 하반기 노재팬은 가장 강력한 이슈였다. 불매로 피해를 호소하는 기업이 도를 넘은 악플을 단 네티즌을 고발하는 지경이었으니, 소비재 기업에 노재팬이 갖는 무게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짐작할 만하다.

불매운동이 가장 큰 상해를 입힌 건 유니클로와 DHC다. 국내 유니클로의 경우, 일본 패스트리테일링과 한국의 롯데가 지분을 51대 49로 나눠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국내 판매 실적은 롯데쇼핑이 분기별 IR을 통해 공개해왔는데, 불매운동 이슈가 시작된 지난해 3분기(7~9월)부터는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카드사를 통한 간접적인 자료에 따르면 불매운동 이후의 매출이 이전과 비교해 80% 이상 떨어졌다고 한다. 국내 현금 사용률이 상당히 낮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영업 '치명타'라는 말도 어딘지 아쉬운 수준의 수치다.

화장품 기업 DHC는 어떤가. 잘나가는 해외 화장품 브랜드가 많아진 지금은 위상이 예전만 못하지만, DHC는 꽤 이미지가 좋은 통신 판매 뷰티 브랜드였다. 김희선을 모델로 기용해 홍보한 딥클렌징오일은 1차, 2차 세안조차 생소하던 때의 빅히트 제품이었다. 하지만 불매운동 이후 DHC는 올리브영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찾아볼 수 없게 됐으며, 온라인 판매로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에게 특히 '괘씸죄'가 적용됐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최근 연휴 기간 일본 여행을 떠난 한 친구는 "그래도 내가 유니클로는 안 샀다"며 큰소리쳤다. 마음속의 찝찝함을 어떻게든 해소해보려는 말일 수 있겠지만, 그만큼 유니클로 불매는 노재팬 흐름의 상징 격이란 소리다.

사실 이 괘씸죄의 정체는 '애국'의 감정을 넘어 '윤리' 가치를 건드렸다는 데 있다. 유니클로는 군 위안부를 조롱하는 듯한 광고 영상 자막으로 공분을 샀다. '그렇게 오래전 일은 기억 못 한다(I can't remember that far back)'를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로 한국판 광고만 별도로 의역한 것은 고의성이 다분했다. 사과문을 발표하는 와중에도 번역상의 실수로 무마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여 분노는 배가됐다.

DHC 또한 "한국이 독도를 무단 점유하고 있다", "위안부 문제도 레이더 발사 문제도 일본이 먼저 싸움을 건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는 발언을 하는 패널을 자사 방송 프로그램에 그대로 노출했다. 이를 국내 소비자들이 문제 삼으며 불매로 대응하자,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상식을 넘어 불매운동이 벌어지는 것은 언론봉쇄가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잊히지 않는 당당함이다.

보편적 상위의 가치를 저해하는 것은 아주 강하고 긴 감정을 낳는다. 애국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상위에 있는 윤리적 테마에 돌을 던진 바, 이들 기업은 강하고 길게 불매를 당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와 스킨십이 잦은 기업들은 더욱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최근 국가적 재난 사태에서 눈앞의 이익을 위해 방역 제품 가격을 근거 없이 올리는 기업들을 보면 유니클로의 교훈이 떠오른다.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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