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운동이 가장 큰 상해를 입힌 건 유니클로와 DHC다. 국내 유니클로의 경우, 일본 패스트리테일링과 한국의 롯데가 지분을 51대 49로 나눠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국내 판매 실적은 롯데쇼핑이 분기별 IR을 통해 공개해왔는데, 불매운동 이슈가 시작된 지난해 3분기(7~9월)부터는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카드사를 통한 간접적인 자료에 따르면 불매운동 이후의 매출이 이전과 비교해 80% 이상 떨어졌다고 한다. 국내 현금 사용률이 상당히 낮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영업 '치명타'라는 말도 어딘지 아쉬운 수준의 수치다.
이들에게 특히 '괘씸죄'가 적용됐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최근 연휴 기간 일본 여행을 떠난 한 친구는 "그래도 내가 유니클로는 안 샀다"며 큰소리쳤다. 마음속의 찝찝함을 어떻게든 해소해보려는 말일 수 있겠지만, 그만큼 유니클로 불매는 노재팬 흐름의 상징 격이란 소리다.
사실 이 괘씸죄의 정체는 '애국'의 감정을 넘어 '윤리' 가치를 건드렸다는 데 있다. 유니클로는 군 위안부를 조롱하는 듯한 광고 영상 자막으로 공분을 샀다. '그렇게 오래전 일은 기억 못 한다(I can't remember that far back)'를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로 한국판 광고만 별도로 의역한 것은 고의성이 다분했다. 사과문을 발표하는 와중에도 번역상의 실수로 무마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여 분노는 배가됐다.
보편적 상위의 가치를 저해하는 것은 아주 강하고 긴 감정을 낳는다. 애국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상위에 있는 윤리적 테마에 돌을 던진 바, 이들 기업은 강하고 길게 불매를 당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와 스킨십이 잦은 기업들은 더욱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최근 국가적 재난 사태에서 눈앞의 이익을 위해 방역 제품 가격을 근거 없이 올리는 기업들을 보면 유니클로의 교훈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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