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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빚 탕감에 대한 소고

기사입력 : 2017-12-04 16:36

(최종수정 2017-12-06 19:55)

금융부장 겸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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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김의석 기자]

문재인 정부가 대선 공약에 따른 대규모 빚 탕감 정책이 논란이 되고 있다고 한다. 상환능력이 없는 사회적 취약계층의 빚을 탕감해 이들에게 재기를 돕겠다는 취지지만 자칫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시그널로 해석돼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번 정부의 장기소액연체자 빚 탕감 방안이 2가지 측면에서 걱정이다. 첫째는 정부가 금융사의 팔을 비틀어 이들의 빚을 탕감해주는 정책을 내놨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이 지난 29일 ‘장기소액연체자 재기지원 방안’을 발표하면서 이번 빚 탕감에 예산을 투입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근데 이날 금융당국은 금융사들이 고객의 상환능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돈을 빌려줘 장기연체자가 발생했다며 이들의 책임을 물어 기부금 출현을 요구했다고 한다. 금융사들은 기부금까지 내면서 대출 심사를 잘못했다는 핀잔까지 듣게 된 셈이다. 따지고 보면 추가 재원이 필요 없다는 국민행복기금의 보유 채권도 과거 은행 등 금융사들로부터 돈을 거둬 사들였다. 이처럼 정부가 금융사에 채권포기를 압박하는 것이 시장경제에 바람직한지도 의심스럽다. 말이 자발적인 기부금이지 사실상 금융회사의 압박해 채권 포기를 강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대부업체들이 보유한 채권 탕감을 위해서 이것을 사들여야 하는데 그 재원은 금융사들이 기부한 돈이고 결국 일반 대출 고객이 낸 이자비용에서 지출된다는 점에서 후유증이 예상된다. 당장 관치금융이라는 언론보도가 이를 증명하고 있지 않는가.

둘째는 이번 장기소액연체자 빚 전액 탕감이 우리 사회의 신용질서를 뿌리째 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양심적으로 성실히 빚을 갚은 사람은 손해를 보고, 갚지 않은 사람은 이익을 본다는 인식을 심어줄 소지가 크다고 본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의 뿌리가 되는 과거 노무현 정부는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신용 사면은 없다는 원칙을 못 박았고,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원금 탕감은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 했었다. 당시 나온 신용불량자 대책은 저소득층 신용불량자에 대해서 원금이 아닌 이자를 탕감하고 일반 신용불량자는 상환 기간을 늘려 빚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었다. 만약 또 다시 대규모 빚 탕감이 이뤄지면 앞으로 취약계층이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기가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 지금도 연평균 금리가 25%가 넘는 대부업 대출잔액이 13조원, 연평균 금리가 111%인 불법 사금융 사용액이 24조원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잘못하면 사회적 취약계층을 대부업체나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아 돌아오기 힘든 빈곤층으로 추락시킬 우려도 있다.

필자는 과거 농어촌 부채 탕감의 실패사례에서 엿볼 수 있듯이 무분별한 부채조정은 채무자의 경쟁력을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다고 본다. 과도한 시장 개입은 저신용 서민들을 제도권 밖으로 내모는 이른바 풍선효과를 초래할 수 도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된다. 장기소액연체자 빚 탕감 역시 대상과 규모를 최소화하되 저소득층 가계와 영세 자영업자의 근로의욕을 북돋아야만 성공할 수 있다. 이자 면제, 채무 일부 탕감 후 분할상환 등 채무조정을 재취업이나 재활 프로그램 등 소득 창출과 연계하는 종합 지원 대책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든 장기소액연체자 빚을 깎거나 탕감하는 정책은 함부로 꺼내 들 카드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도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시행하되 정책 실효성을 크게 높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지금처럼 관치에 짓눌려 자생력을 잃은 금융이 무책임한 포퓰리즘과 만날때 가뜩이나 허약한 경제의 펀더멘탈은 그 밑바닥에서부터 균열을 일으킨다는 점도 분명히 알아둬야 할 것이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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