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첫 사무라이본드(엔화채권) 발행에 성공한 뒤 지난 10년간 해외채권, 해외 ABS(자산유동화증권) 및 차입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18조원이 넘는다. 작년에는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장기조달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만하면 글로벌 이슈어로 입지를 확고히 다진 셈이다.
현대캐피탈 재무부서에는 JP모건, 스탠더드차타드 등 쟁쟁한 글로벌 금융사 출신의 고급인력들이 활약하고 있지만 일명 ‘지니(GINI)’라고 불리는 시스템도 경쟁력의 주요원천으로 꼽힌다. 특허까지 냈던 이 시스템은 현대캐피탈을 비롯해 국내기업의 한국물 발행현황을 리서치하면서 해외지역별 채권잔액, 미팅이력 등 투자자 정보와 발행채권의 만기구조 및 포트폴리오를 데이터화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이라고 해서 해외조달이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이재원 팀장은 “첫 해외차입을 추진했던 2005년에는 적자실적 때문에 신용등급 받기도 힘들었다”며 “일본에서는 증권사들이 모두 기피해 발행주관사를 구하는 것도 애먹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2007년 전 세계를 휩쓸었던 리먼브러더스 사태는 현대캐피탈에겐 새로운 도전의 기회였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조달환경이 악화되자 그 여파가 덜 미쳤던 블루오션을 찾아다녔다. 그렇게 찾아낸 곳이 말레이시아였다. 이 팀장은 “국내 민간업체로는 최초로 링깃본드(말레이시아 채권) 시장에 진입하는데 성공했다”며 “8회에 걸친 꾸준한 신규발행으로 물꼬를 트니 그 후 다른 한국기업들도 들어와 발행을 하면서 한국물이 시장의 호평을 받았다”고 말했다.
스위스프랑과 호주 캥거루본드(호주달러채권) 진출도 현대캐피탈이 이뤄낸 쾌거다. 2013년 들어간 호주시장 또한 국내 민간기업 중 첫 발행이기도 했다. 그 밖에 스왑금리가 불안해 진입이 어렵다는 딤섬본드(위안화채권)도 홍콩에서 발행하는데 성공했다.
이제는 본사뿐만 아니라 해외법인들도 자체조달을 시작하면서 이를 위한 밑 작업도 진행 중이다. 현대캐피탈은 미국, 영국, 독일, 중국에서 법인을 세워 해외영업을 하고 있으며 HCA(현대캐피탈아메리카)는 이미 현지에서 채권발행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이 팀장은 “해외차입을 하면서 얻은 부수효과는 해외법인들을 상대로 여전업 경영자문을 할 만큼의 노하우를 축적했다는 것”이라며 “HCA는 그간 ABS로 조달했는데 포트폴리오가 너무 한쪽으로 편중돼 있어 회사채로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컨설팅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영국, 중국, 독일법인은 아직 은행대출과 ABS에 접근하는 수준”이라며 “이들의 자산규모가 10조원 정도로 성장하고 3년 이상 당기순익을 낼만큼 흑자기반이 안정되면 자체 채권조달을 위한 밑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충희 기자 wc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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