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을 발표한 이후 규모가 작은 계열사를 SK주식회사로 흡수 합병하면서 지배구조를 다졌지만 그룹 핵심 계열사인 SK하이닉스와 SK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SK지분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해부터 이어진 최태원 SK회장에 아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을 상대로 이혼조정 신청도 변수로 꼽힌다.
지난 1일엔 그룹 내 맏형 격인 SK이노베이션이 계열사 중 최초로 ‘딥 체인지’급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미래먹거리인 배터리와 소재사업을 사업본부로 승격시키는 한편 화학사업은 자동차와 포장재 사업에 ‘선택과 집중’키로 결정했다. 국제유가라는 외부 변수에 취약한 본업(정유)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화학 회사’로 전환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규모 투자를 통한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 SK증권 넘기고 600억원 실탄 장전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금산분리 강화와 함께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다. SK그룹이 기대를 걸었던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가능성도 낮아졌다. 지난 2일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김상조닫기김상조기사 모아보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과 관련해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혔다. SK그룹이 증권을 매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는 얘기다.
SK그룹 입장에서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다. SK그룹의 주력 사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금융자회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SK증권을 통해 수월하게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 회장에게도 SK증권은 버리기 아쉬운 회사다. 최 회장이 금융업에 관심이 컸던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동안 SK증권의 매각을 늦춰왔던 것도 최 회장의 의지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는 “매각 유예기간 연장이 가능한 상황이지만 갑작스럽게 매각을 발표했다”며 “새 정부의 정책 기조상 증권사를 보유하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 중국 자회사에 자금 수혈
SK(주)는 중국 2위 물류센터 운영 기업인 ESR의 지분 11.77%를 3720억원에 인수했다. 또한 SK그룹은 중국 자회사를 지원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다.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등은 SK그룹 중국 지주회사인 SK차이나에 자금 지원을 위한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며, SK하이닉스는 1조1161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지난 2015년 8월 경영에 복귀하면서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M&A시장을 달굴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최근 1년 동안 주요 대기업 그룹 중에서 가장 활발한 M&A를 단행했다. SK매직(전 동양매직), SK실트론(전 LG실트론) 등에 이어 도시바 인수전에도 참여했다.
최근에는 SK㈜의 100% 자회사인 SK바이오텍이 글로벌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아일랜드 공장을 인수해 제약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SK종합화학은 미국 다우케미칼의 에틸렌 아크릴산(Ethylene Acrylic Acid·EAA) 사업을 인수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계열사 별로 여러 투자 건들이 계획돼 있다.
◇ 도시바 인수전…“포기란 없다”
최 회장은 일본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 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SK하이닉스가 우선협상대상자 지위에 있지만 일본 언론 등에서 흔들고 있는 데 대한 일종의 반격이다. 5년 전인 2012년 일본 엘피다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중도에 포기한 전례는 결코 답습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고 현재 관련 재판이 3건 진행 중인데, 그 결과에 따라 조건 등이 달라진다”면서 “도시바와 SK하이닉스가 좋은 상생을 만들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급한 건 SK가 아니라 도시바쪽”이라며 “(도시바를) 살 곳은 결국 우리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SK가 최근 다양한 부분에서 시너지 및 효율성 강화 측면에서 구조개편에 힘을 쏟고 있다”며 “큰 틀에서는 에너지·화학과 ICT 사업을 필두로 재편되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 잠재 변수 이혼소송 향배는
그룹 개건에 탈력을 받은 최 회장이 뜻밖인 곳에서 발목을 잡힐 가능성도 있다. 최 회장이 아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을 상대로 이혼조정 신청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 양측간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며 “만약 최 회장이 패소할 경우 그룹 지배구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유명환 기자 ymh753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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