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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금리 인하’ 시장 왜곡 우려

기사입력 : 2016-12-19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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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디지털대학교 법무행정학과 김대규 교수

 ‘최고금리 인하’ 시장 왜곡 우려
[한국금융신문] 부정확한 자료 상한금리 인하 근거 문제

대부업체 철수 서민대출자금 부족 유발

작년 모 방송사에서 각국의 최저임금을 비교한 일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작년 명목상 최저임금은 시급 기준 5580원이었다. 최저 시급이 1만 2000원 안팎인 독일과 프랑스, 8~9000원 안팎인 일본에 비해 크게 차이가 나지만 생필품 구매력을 기준으로 비교 하면 더 큰 차이가 벌어지므로 주요 선진국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 요지였다.

그런데 노사정위원회의 임금보고서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분석에 따르면 2013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연간 환산 최저임금액은 1만2038달러로 세계경제협력기구(OECD) 25개 회원국 가운데 14위로 중위권이었다. 구매력평가 기준으로 환산하면 우리나라의 순위는 10위로 12위인 일본보다 약간 높게 나온다. 방송사와 노사정위원회의 평가 차이는 서구와 달리 각종 상여금과 숙박비를 시급과 별도로 지급하는 우리나라의 관행을 고려했는가에서 비롯된다. 물론 임금에 관한 관행이 얼마만큼 보편성을 갖는가는 별개로 하더라도, 명목 임금에 대한 직접 비교는 논의 기준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

법정최고이자율에 관한 직접 비교도 마찬가지다. 비교 근거가 부정확하다거나 등가 비교가 어려운 외국의 명목상 금리상한과 평면적으로 비교하여 우리나라 ‘법정금리상한’을 그에 맞추자는 주장은 합리적인 토론을 어렵게 만든다.

지난 3월에 ‘대부업법’상 법정최고이자율이 27.9%로 2년 만에 7%포인트가 낮아졌음에도 법 시행 효과가 나타나기 전에 ‘법정최고이자’를 7.9%포인트 가량 다시 인하하여 주요 선진국 수준인 연리 20%에 맞추겠다는 대부업 개정안이 잇따르고 있다.

20대 국회 제1당인 더불어 민주당 이찬열 의원이 지난 6월에 대표 발의한 ‘대부업법’ 개정안에 따르면, 미연방의 주(州)법률이 각각 8%∼18%, 일본 20%, 대만 20%로 우리보다 낮다고 한다. 같은 당 제윤경 의원이 최근 대표 발의한 개정안에서는 독일과 프랑스,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가 연 20% 미만의 법정금리상한을 설정하고 있는 나라로 제시되었다.

일단 사실관계를 바로 잡으면, 싱가포르는 2015년 대금업법 개정으로 10월부터 은행이 아닌 인가받은 대금업자만을 대상으로 연 20%가 아닌 월4%, 연이율로 환산하면 48%에 해당하는 법정이자상한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싱가포르의 연48%는 대부업자가 받는 것은 모두 이자로 보는 우리나라와 달리 지연이자율과 법정비용, 대출수수료를 제외한 명목상 이자율이다.

미국은 연방차원에서 전국적인 금리상한규제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대신 연방소속의 모든 주(州)들이 8%∼18%대의 금리상한제를 법률로 일괄 강제하는 것도 아니다. 15개주와 워싱턴 D.C에서만 10~40% 대의 ‘법정금리상한’을 실정하고 있으나, 대다수 주에서는 그렇지 않다. 또한 금리상한제를 실정하고 있는 주에서도 대출의 종류에 따라 적용 예외가 적지 않다. 예컨대, 이찬열 의원 개정안에서 제시된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는 20%미만의 금리상한이 적용되지만, 초단기소액대부인 페이데이론에 대해서는 연456%까지 이자를 허용한다.

일부 지방에서 청교도적인 폭리금지의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과 미국의 대다수 지방에서 합법인 고금리 소액대출을 온라인으로 이용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에서 실질 연이율 600% 내외의 고금리 단기소액대부인 페이데이론 금융 사업이 전국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다는 현실을 설명하기 어렵다.

독일은 1967년 4월에 은행 등 대출기관에 대한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소액대부 및 할부신용거래에 관한 이자상한시행령’을 폐지하였다. 나아가 시행령 제정의 근거 법률인 독일 신용조직법(KWG) 제23조의 관련 내용도 1984년에 삭제되었다. 따라서 독일의 ‘법정최고금리’가 20% 미만이라는 주장은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

그런데 제윤경 의원 등이 제시한 “시장평균금리’의 2배 혹은 시장평균금리에 12%를 더한 것 중 낮은 쪽이 독일의 법정최고이자율”이라는 주장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과연 이 문장이 연이율 20% 미만의 ‘법정금리상한’을 뜻하는 것일까? 무엇보다 독일에서 단기 소액대부의 전형인 전당업 대출의 경우 수수료와 이자를 포함하여 실질연이율로 환산하면 4~50퍼센트에 달하는 것이 보통인데, 어떻게 대출 실무와 다른 주장이 도출되었는지 의문이다.

독일과 달리 프랑스에서는 소비자신용계약에 한하여 금리상한이 있다. 하지만 명목상의 이자임을 유의해야 한다. 예컨대 프랑스 소액 신용대부의 경우에 대출액이 한화로 이백만 원 내외인 1,524유로 2010년 3/4분기 기준 법정이자상한은 21.15% 이었다. 이를 우리나라처럼 수수료와 연체비용, 위약금, 회전신용(리볼빙)에 따른 가산금리, 보험료 등을 이자총액에 산입시켜 실질이자율로 환산하면 연29%가 넘는다.

비교법의 견지에서 현실에 부합하는 법률 개정이 이루어지려면 근거가 정확하거나 실질 비교가 가능해야 한다. 그런데 20대 국회에 계류 중인 대부업법 개정안에 제시된 주요 선진국에 한정해 살피면, 사실과 다르거나 실질 비교가 불가능한 나라들을 주로 예시하고 있다. 부적합한 근거에 기초한 주장은 또한 필연적으로 논리적인 오류도 내포하기 마련이다.

현행 법정금리인하가 서민의 이자지급 부담을 덜어 줄 것이라는 ‘가정(假定)’은 상호 대립적인 경제 주체가 참여하는 현실을 단지 두 경우로만 예정하는 이원적 태도에서 비롯된다. 소득이 부채의 증가 속도를 능가하지 않는 한, 법정금리상한이 극단적으로 인하되더라도 부채총량은 결코 줄지 않는다. 오히려 사업자의 시장철수를 불러와서 정부가 대신할 수 없는 서민대출자금 공급부족을 유발한다. 이는 이원적 흑백논리가 갖는 논리적 오류의 필연적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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