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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6(화)

고객의 ‘甲질’에 화끈한 대책을

기사입력 : 2015-11-09 06:05

(최종수정 2015-11-09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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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관일 창의경영연구소 대표

고객의 ‘甲질’에 화끈한 대책을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를 사칭한 보이스 피싱이 화제입니다. 전화 한통에 신분을 확인조차 않고 돈을 보낼 정도로 우리의 문화가 경직되어 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김 대표의 목소리와 비슷한 사람이 전화를 걸고 그것을 연결해주는 여성이 통화하는 것을 들어보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그 대화의 내용은 대충 이렇습니다.

“수고해요. 간호부장실 (연결)해줘요.

우리 그 간호부장이 누가 있지? 여성병원에.

간호부장실이 3269인가? 맞는가? 바꿔줘.”

이런 식입니다. 목소리를 딱 깔고 점잖은 사투리로 간호부장을 바꿔달라는 건데 애초부터 전화를 받은 여성을 하대(下待)합니다. 어린 아이 다루듯 거의 반말투로 말합니다. 과연 어떤 근거와 권한으로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반말을 할 수 있습니까? 이에 반하여 전화를 받은 여성은 위세에 눌린 듯 신분을 되물어볼 엄두를 못 냅니다. 그랬다가는 어떤 폭언이 쏟아질지,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모르니까요.

◇ ‘甲질’ 고객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TV를 통해 그 상황을 보고 들으면서 우리의 고객응대 풍토가 슬프고 안타깝게 다가왔습니다. 전화를 받은 여성이 잘못했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라도 그렇게 응대했을 것입니다. 진정 슬프고 안타까운 것은 고객이라면 그런 하대와 반말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서비스 풍토요, 그런 상황을 눈감고 있는 경영진입니다.

얼마 전에는 인천의 백화점에서 고객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점원의 동영상이 떴습니다. 젊은 여성으로 보이는 고객은 고함을 지르며 점원을 몰아칩니다. 당연히(?) 반말입니다. 제도적으로는 분명히 보상이 불가능하지만 고객의 위세에 백화점측이 전전긍긍하니 점원이야 말할 것도 없습니다. 고객이 무릎을 꿇으라고 요구한 것이 아닌데 빨리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점원 스스로가 무릎을 꿇었다는 백화점측의 해명은 구차합니다.

심심치 않게 이런 사건을 접하게 되지만 이거야말로 빙산의 일각이요, 새 발의 피입니다. 사례를 찾으려 하면 끝이 없을 것입니다. 병원과 백화점뿐만 아니라 금융기관도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뉴스가 되지 않아서 그렇지, 드러나지 않은 비슷한 일들이 얼마나 많을지 상상이 되고도 남습니다.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서비스나 고객만족이라는 이름으로 고객에게 당하면서도 끽소리 못하고 기죽어 있는 수많은 감정노동자들이 있을 겁니다.

사건이 뉴스화 되면 당국이나 회사는 호들갑을 떱니다. 감정노동자들의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거나, 감정노동으로부터 발생하는 스트레스나 질병을 산업재해 차원에서 보상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그러나 그때뿐, 며칠 지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예전으로 돌아가고 얼마 후 같은 뉴스가 또 반복되고 있습니다.

일부 회사에서는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회사원들을 위하여 야유회를 갖기도 합니다. 연예인을 초대하여 위로 음악회를 열어주기도 합니다. 사기를 진작시킨다면서 우수 사원을 선정해 해외휴가를 보내기도 하고 힐링프로그램이란 이름으로 명상수련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사후약방문이요 일시적 미봉책에 불과합니다. 해외휴가의 혜택을 받은 사람이 몇이나 될 것이며, 그렇게 한다고 해서 고객의 ‘甲질’이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결국은 사원들의 기를 살리는 게 아니라 “좀 더 참자”는 독려에 다름 아닙니다.

이제는 정말이지 고객에 대한 서비스 정책을 재검토해야 할 때입니다. 고객만족경영이 과연 무엇인지 돌아봐야 합니다. 그를 위해 회사 경영진의 획기적 발상전환이 필요합니다. 어쩌면 서울시의 대책이 참고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지난 해, 서울시는 ‘다산콜센터’에 폭언과 성희롱을 일삼는 악성민원인에 대한 고강도 대책을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 콜센터 상담사를 보호하기 위해 성희롱에 즉시 법적 조치를 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와 폭언·욕설·업무방해를 3번 이상 하면 고소하는 ‘삼진아웃제’ 등이 그것입니다.

그 결과 작년 1월에 하루 평균 31명에 이르던 악성 민원인이 올해 8월에는 무려 2.7명으로 줄어들었다는 것입니다. 각 회사마다 조직마다 사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는 사정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법적조치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이요, 고객이 함부로 점원을 대하지 못하게 하는 풍토를 조성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위해 어떤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인지 머리를 짜내야 합니다.

◇ 사원들의 기를 살릴 결단이 필요하다

예컨대, 고객으로부터 일정 수준이상의 부적절한 언사가 나올 때는 즉각적으로 응대를 중단하고 그런 고객을 전담하여 다루는 부서로 돌리는 방법도 있을 수 있습니다. 점원도 ‘고객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그것을 시스템화하여 홍보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부적절한 언사를 하는 고객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대대적인 캠페인을 통하여 고객이 감정노동자들에게 함부로 반말을 하거나 하대하는 일이 없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서비스나 고객만족의 정의와 범위도 재설정하여 마치 종노릇하는 것이 최고의 서비스인양 잘못된 풍토도 바로 잡아야 합니다. 사원들의 기를 살려서 저자세가 아닌 당당한 자세로 고객을 맞도록 하는 것도 연구해야 합니다. 그러다가 고객이 등을 돌리면 어떻게 하냐고요? 그런 고객은 없어도 됩니다. 오히려 사기가 살아난 사원들이 훨씬 더 생산성 있게 일할 것입니다. 문제는 결단입니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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