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 1992

대한민국 최고 금융경제지

닫기
한국금융신문 facebook 한국금융신문 naverblog

2024.04.24(수)

‘윤리’를 뼛속 깊이 새기자

기사입력 : 2015-10-12 01:09

(최종수정 2015-11-09 06:15)

  • kakao share
  • facebook share
  • telegram share
  • twitter share
  • clipboard copy
ad
ad

조관일 창의경영연구소 대표

 ‘윤리’를 뼛속 깊이 새기자
자동차의 명가임을 자랑한 폭스바겐 그룹이 디젤엔진의 배기가스를 조작했다고 해서 세계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그로 인한 벌금과 주식손실액, 리콜에 관련된 추가비용과 소송비용, 이미지 하락으로 인한 차량판매 급감 등을 합하면 예상 손실액이 100조 가량 될 것이라고 합니다. 허긴 100조가 문제가 아니죠. 경우에 따라서는 회사가 망할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이제 와서 제3자의 눈으로 보면 ‘아니, 어떻게 그런 일이?’라고 생각될 것입니다. 더구나 철저하고 원칙을 중시하는 나라의 상징처럼 느껴지는 독일의 자동차 명가에서 말입니다. 그러나 막상 그들의 입장에서는 설마 이렇게 터질 줄은 몰랐을 것입니다. 예상했다면 회사의 명운을 걸고 조작을 했을 리 없지 않습니까?

이 사건은 어디로 불똥이 튈지 모릅니다.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들도 비상이 걸렸을 것입니다. 차제에 걸려들면 그야말로 패가망신하는 것이니까요. 심지어 미국이 유럽의 자동차업계를 견제하기 위해서 터뜨렸다는 음모론도 있고, 영국의 일간 ‘가디언’은 엉뚱하게도 삼성의 TV가 소비전력을 조작했을지 모른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은근히 폭스바겐 사태에 물타기를 시도하는 모양까지 연출하고 있습니다.

◇ SNS가 상징하는 것

폭스바겐의 뉴스를 접하면서 제가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라는 것입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지금은 SNS세상입니다. 즉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s)의 시대로 세상의 모든 정보가 세밀한 네트워크에 의하여 공유되는 세상입니다. 이것은 가히 혁명이라 할 수 있는 것으로 훗날에 역사는 현대를 구분하여 SNS이전과 이후로 나눌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SNS세상이란 한마디로 비밀이 없는 세상입니다. 모든 정보가 개방되고 공유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봐도 그렇습니다. 요즘 경찰이 해결하지 못한 사건도 소위 ‘네티즌 수사대’가 나섰다 하면 거의 잡아내지 않습니까?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에 사연을 올리면 순식간에 네트워크가 작동하고 결국 사태를 해결해냅니다. SNS는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으로 비밀이 없는 사회, 투명한 사회를 만드는 데 공헌할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이 SNS를 ‘Social Network Services’뿐만 아니라 ‘Surveillant Networking Society’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어느 날 컴퓨터로 글을 쓰다가 자판에 SNS를 두드렸는데 ‘눈’이라는 글자가 나온 겁니다. 깜빡하여 영어로 전환하지 않고 한글을 그대로 두드렸던 것입니다. ‘SNS = 눈’. 그것을 본 순간 저는 SNS를 달리 해석하고 싶었습니다. 즉, ‘Surveillant Networking Society’라고 말입니다. 번역하자면 ‘감시망 사회’라는 뜻이 되고 ‘눈(目)’의 다른 표현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SNS란 좋든 나쁜든 ‘사방에서 감시하는 사회’, 그러니까 비밀이 없는 투명한 사회를 의미한다고 본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말 됩니까?

비밀이 없는 사회, 감시망 사회, 투명한 사회에 대처하는 유일한 길은 그것을 피할 것이 아니라 정면으로 돌파하는 것입니다. 즉, 제아무리 비밀을 찾고 감시를 한다 해도 책잡힐 일이 없으면 되는 겁니다. 그것이 바로 정도를 걷는 것 - ‘윤리’입니다.

그렇잖아도 이번의 폭스바겐 사태가 윤리경영의 중요성을 크게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나라, 세계의 모든 경영체가 자신의 윤리성을 돌아보게 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단 한 방에 흔적도 없이 사라질 그럴 세상이 왔기 때문입니다.

◇ ‘윤리’는 사활이 걸린 것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그동안 ‘윤리’는 강조돼왔습니다. 웬만한 국가기관이나 기업에서는 ‘윤리강령’이란 것을 만들었고, 전체 임직원들이 한 손을 들어 선서를 하며 강령선포식을 하곤 했습니다. 제가 공기업의 사장으로 있을 때는 윤리강령에 사인을 하고 그것을 액자에 담아 책상 앞에 놓거나 사무실 벽에 걸어놓으라는 지시까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보여주기식 ‘쇼’는 필요 없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윤리강령이 윤리를 담보하던가요? 선서를 했기에 정말로 자신을 스스로 통제한 적이 있습니까? 이제 세상은 정말 달라졌습니다. 보여주기식 쇼로 버틸 수 있는 한계는 이미 지났습니다. 기업경영이든 개인의 자기경영이든 윤리에 대하여 진정성 있게 다가가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경영, 발전가능한 삶은 불가능합니다.

‘랑콤’ ‘입생로랑’ 등 세계 화장품 산업의 역사이자 세계 1위 화장품 기업인 로레알 그룹의 장 폴 아공 회장이 “향후 50년은 강력한 윤리 원칙을 가진 기업이 가장 강한 기업이 될 것이다. 이윤 창출은 더 이상 기업의 유일한 목표가 아니며 기업이 ‘윤리’를 가지고 비즈니스를 하는 것은 도덕적 의무가 아닌 기업의 ‘사활이 걸린 도전(vital challenge)’이다”라고 한 말을 깊이 음미해봐야 합니다.(중앙일보, 2015. 1. 2, 인터뷰 기사에서)

7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1위(2015년 상반기 판매량 기준) 자동차메이커가 ‘조작’이라는 비윤리적 행태로 한순간에 휘청거리는 상황을 남의 집에 불난 것 정도로 여겨서는 안 됩니다. 우리 회사, 우리 팀, 그리고 나에게는 어떤 비윤리성이 남아있는지 깐깐히 점검하고 화끈하게 시정해야 합니다. 환골탈태해야 합니다. 그것이 ‘상시위기·복합위기의 시대’, 그리고 SNS 시대를 사는 최고의 경영기법임으로 뼛속 깊이 새겨야 합니다.



관리자 기자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issue

관리자 기사 더보기

오피니언 BEST CL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