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 1992

대한민국 최고 금융경제지

닫기
한국금융신문 facebook 한국금융신문 naverblog

2024.04.18(목)

직장인과 사춘기증후군

기사입력 : 2015-08-16 20:48

(최종수정 2015-08-16 21:15)

  • kakao share
  • facebook share
  • telegram share
  • twitter share
  • clipboard copy
ad
ad

조관일 창의경영연구소 대표

# 장면1

지난 7월의 어느 날, 공무원의 군기반장이라고까지 일컬어지는 인사혁신처장이 과천에 있는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강의를 했습니다. 강의대상은 두 눈이 또랑또랑할 것 같은 신임 5급 사무관 520여명이었고 강의 제목은 ‘공직자 윤리’였습니다. 그런데 교육대상자들 중에는 신출내기 사무관답지 않게 졸거나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등, 딴 짓을 한 사람이 적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특히 ‘연단을 바라보는 방향에서 오른쪽 뒤편에 앉아 있던 검은 긴 머리에 검은 옷을 입은 여자 교육생’은 강의시간 내내(130분) 작심하고 엎드려 잠을 잤답니다. 강의가 끝난 후, 인사혁신처장은 그 여성을 찾아보라는 엄명을 내렸습니다(처장의 이야기로는 ‘무슨 사정이 있어서 그랬는지’ 궁금해서란다).

# 장면2

공공기관장 A씨는 기자들과 식사를 함께 하는 자리에서 기관의 업무를 홍보하기 위해 열변을 토했습니다. “우리 기관은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국제적으로 알리기 위해 첫째, 둘째, 셋째….” 코스요리가 계속 들어왔지만, 모처럼의 기회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홍보를 하려고 음식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기관장과 자리를 함께 한 신입 여직원은 용감하게도(?) 음식 접시를 싹싹 비웠고, 또한 상사의 ‘말씀’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휴대폰을 들여다보거나 목을 돌리며 스트레칭까지 했습니다. 그 버르장머리 없는 모습을 지적한 기자에게 공공기관의 간부가 이렇게 말했답니다. “요즘 애들 다 그렇다”고(조선일보, 2015. 7. 24 참조).

# 장면3

저에게 강의요청이 들어왔습니다. 내로라하는 일류회사입니다. 교육대상은 입사한지 3년 정도 된 젊은 사원들입니다. 그런데 회사에서 요구하는 강의조건이 흥미로웠습니다. 큰 꿈을 가지라든가, 도전하라는 등의 이야기를 삼가고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라”는 내용으로 해달라는 것입니다. ‘큰 꿈’과 ‘도전’을 말하더라도 어디까지나 회사 내에서 꿈을 갖고 도전하라는 취지로 해야 한답니다. 그 회사뿐만이 아닙니다. 요즘 그런 내용의 강의요청을 종종 받습니다. 그런 교육을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일류회사에 취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젊은 사원들이 마음을 잡지 못하고 자꾸 방황을 하기 때문입니다.

◇ 아직도 사춘기라고?

왜 젊은이들이 이럴까요? 왜 의욕이 없고 마음을 잡지 못하는 것일까요? 이유는 각양각색이겠지만 그것을 뭉뚱그려서 ‘직장인사춘기증후군(職場人思春期症候群)’이라 합니다. 수년전, 취업정보업체 ‘잡코리아’가 밝힌 바에 따르면 취업 1년차(29.1%), 2년차(24.5%), 3년차(32.8%)에 그런 증세가 가장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평균 3분의 1정도의 신입사원들이 마치 사춘기를 겪는 청소년처럼 심리적으로 싱숭생숭하고 알 수 없는 불안 상태에 빠지며 이유 없는 반항심에 사로잡힌다는 것입니다. ‘이 길이 과연 내 길인가?’ ‘내가 생각하는 인생은 이런 게 아닌데’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는 회의감에 빠지고 그 결과로 의욕이 떨어지고 만사가 귀찮아지며 때로는 어렵사리 취업한 직장마저 팽개치고 어디론가 떠나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 등 좋은 여건의 직장에 취업한(또는 공무원 고시 등에 합격한) 젊은이들은 자기의 스펙과 능력을 과신하는 우쭐함 때문에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나은 곳을 향해 끊임없이 방황하는 파랑새증후군까지 겹치게 됩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대기업의 신입사원들조차도 11% 정도가 1년 이내에 직장을 떠난다고 합니다.

이렇듯, 직장인 사춘기증후군에다가 우쭐함까지 더해지니 ‘뻔한’ 강의가 귀에 들어올 리 없습니다. 상사의 기자회견 따위는 관심 밖입니다. 여차하면 떠날 생각을 하기에 일과 직장에 애착이 없음은 당연합니다. 상사에 대한 충성이나 위계 따위를 우습게 알 수밖에 없습니다.

◇ ‘지금’ 완전히 존재하라

더 나은 곳을 향해 큰 꿈을 키우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습니다. 큰 꿈을 이루기 위해 직장을 떠나는 것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잖아도, 좀 유명하다는 사람들이 “큰 꿈을 꿔라” “도전하라” “떠나라” “용기를 내라”고 부추기는 상황 아닙니까?

그러나 정말 지혜로운 젊은이라면 상황을 냉정히 볼 줄 알아야 합니다. 현실과 이상을 판별하는 안목이 있어야 합니다. 자칫 단 한방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것이 인생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정녕 큰 꿈이 있을수록, 도전하고 싶은 용기가 있을수록, 지금 그곳에서 당신이 하고 있는 일에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철학자 에리히 프롬이 말했습니다. “운명이 너에게 도달한 지점이 어디이든 간에, 지금 존재하는 곳에서 완전히 존재하라”고. 톨스토이도 충고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지금’이고,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하는 일’이며,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라”고.

당신이 정말 유능하고 현명한 젊은이라면 ‘지금’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지금’ 강의를 제대로 들어야 하며, ‘지금’ 인연을 맺은 상사와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직장인 사춘기증후군을 극복하는 길이요 인생의 궁극적인 승자가 되는 지름길임을 확신합니다.



관리자 기자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issue

관리자 기사 더보기

오피니언 BEST CL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