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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9(금)

가늘고 길게 살기?

기사입력 : 2015-05-03 22:04

(최종수정 2015-05-03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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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관일 창의경영연구소 대표, 경제학 박사

◇ “출세고 뭐고, 가늘고 길게 사는 게 최고예요.”

소위 ‘성완종 사태’로 세상이 시끄럽습니다. 발칵 뒤집혔다는 표현이 낫겠습니다. 한마디로 엉망진창입니다. 글을 쓰고 강의를 하는 이로서 조목조목 따져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괜히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것 같아 삼갑니다. 부부동반 모임에 갔는데 역시나 화제는 단연 ‘그것’이었습니다. 잘 나가던 사람들, 소위 출세했다는 사람들이 봄날에 때아닌 추풍낙엽이 되고 온갖 수모를 겪으며 하루아침에 곤두박질하는 걸 보면서 누군가가 결론처럼 말했습니다.

“출세고 뭐고, 가늘고 길게 사는 게 최고예요.” 그 말을 듣고 일제히 화답했습니다.

“맞아, 맞아!”

그런 대화를 나누다가 문득 떠오른 이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현대정치사의 산증인이라 일컬어지며, 얼마 전 부인을 잃은 김종필 前국무총리입니다. 그분이 뭐라 했습니까? “정치는 허업이요, 인생을 졸업한다는 의미의 졸수(卒壽 : 90세)가 되니 알겠다. 내가 도대체 남긴 게 무엇인지 한탄만 나온다”고. 한마디로 인생이 별거 아니라는 말입니다. 원래 박학다식하여 의미심장한 표현을 즐기는(?) 분인데 조문을 온 사람들에게 이런 말도 했답니다.

“대통령하면 뭐하나. 다 거품 같은 거지…. 어떤 사람이 성공한 사람이냐면, 미운사람 죽는 걸 확인하고 오랫동안 아프지 않고 편안히 있다가 편안히 숨을 거두는 사람이 승자야.”

저의 서가에 있는 아주 오래된 책의 하나가 바로 그가 쓴 입니다. 1971년 6월에 발간된 것을 7월에 산 것으로 표지 뒷면에 기록돼있으니 44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아직도 보관하고 있을 만큼 젊은 날에 저는 그를 인간적으로 좋아했는데 그때도 같은 뜻의 말을 했던 것으로 분명히 기억합니다.

“오래 사는 것이 원수 갚는 거야.”

한마디로, 뭐니 뭐니 해도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성공이라는 것이요, 말을 바꾸면 가늘더라도 길게 사는 것이 성공이라는 의미도 되겠습니다.

◇ 굵게 살려고 발버둥 쳐서 여기까지 왔지만...

UN에서 세계 인류의 체질과 평균수명에 대한 측정을 하여 연령분류의 새로운 5단계 표준을 발표했답니다(실제로 유엔에서 그렇게 했는지 확인하지는 않았다). 아마 당신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에 의하면 0세~17세까지는 미성년자, 18세~65세까지는 청년, 66세~79세까지는 중년, 80세~99세까지는 노년, 그리고 100세 이후는 장수노인이라고 합니다.

요즘 그 기준을 들먹이며 ‘으쓱’ 젊은 티를 내는 고령자들이 많아졌습니다. 이렇게 젊음이 연장되고 수명이 늘어난 세태에 적응하기 위해서라도 가늘고 길게 사는 것은 삶의 훌륭한 지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제는 연장된 젊음과 늘어난 수명은 좋은데 무슨 일을 하며 버티느냐일 것입니다. 그래선지 요즘 들어 저를 찾는 사람이 늘어났습니다. 이름을 대면 알만한 소위 일류기업의 간부급으로 막 퇴직을 했거나 퇴직을 앞둔 사람들이 저에게 시간을 내달랍니다. 생면부지임에도 만나자는 제의를 하는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공통된 고민이 있습니다. 그 동안 ‘굵게 살려고’ 애써왔는데 막상 퇴직이후를 생각하니 어떻게 ‘가늘게나마’ 길게 살 것인지 한 수 가르쳐달라는 겁니다. 굵게 살려고 발버둥 쳐서 여기까지 왔지만 막상 100세 시대를 살아갈 준비가 별로 안 돼 있는 것입니다.

◇ 당신 나름의 뚜렷한 족적과 역사도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런 세태 때문인지, 요즘 갑자기 가늘고 길게 살기를 삶의 지혜로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그런 모습을 잘 상징하는 것이, 공무원이 인기직업 1위에 오르고 있는 현상이랍니다. 열정으로 펄펄 끓어야할 청춘들이 정년보장과 노후보장(연금)의 매력에 이끌려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것은 ‘가늘고 길게 살기’의 지혜가 반영된 것이라는 겁니다(사실, 그런 분석에 동의하지 않는다. 공무원이 가늘고 길게 사는 것의 ‘전형’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뿐이 아닙니다. 요즘 일부 금융기관에 ‘鄭과장’이 버티고 있어서 골머리를 앓는다합니다. 은행별로 적게는 300여명에서 많게는 1000여명까지 ‘정과장’들이 포진해 있다네요. ‘정과장’은 TV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무한상사’에서 하는 일 없이 먹을 것만 밝히며 월급만 축내는 ‘정과장’에게서 따온 별명입니다. 이들은 은행원의 꽃이라는 지점장의 꿈을 버린 채, 승포자(승진을 포기한 채 정년만 채우자는 사람)를 자처하며 부지점장이나 차장에 안주하면서 1억 원이 넘는 연봉을 챙기며 ‘유유자적’합니다. 한마디로 ‘가늘고 길게 살기’로 작심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입니다.

자, 지면관계로 결론을 내려야겠습니다. 이상의 이야기들을 보면서 당신은 어떤 생각을 합니까? 어떤 유형에 속합니까? 짧고 굵게 살 것인지, 굵고 길게 살 것인지, 아니면 가늘고 길게 살 것인지는 오직 당신의 몫입니다. 그러나 한번 왔다 가는 인생자체가 지극히 짧은 것임을 감안한다면 당신 나름의 뚜렷한 족적과 역사도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떻게 사는 것이 제대로 사는 것인지 심각하게 헷갈리는 혼란한 요즘이기에 이런 저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당신의 판단과 결심이 궁금합니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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