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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9(금)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美中의 기술 패권 전쟁

기사입력 : 2019-05-24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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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백악관 홈페이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백악관 홈페이지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미중 무역분쟁 해결이 쉽지 않은 가운데 장기전으로 접어들 것이란 관측이 많아졌다.

'협상가' 트럼프는 미국과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면서 상대방을 몰아 붙이는데 탁월한 능력을 자랑한다. 그러면서도 쉽게 판을 엎지는 않는 캐릭터다.

트럼프가 부동산 제국 '트럼프 월드'를 세우는 과정을 기술한 '협상의 기술'이란 책에서도 이런 면모가 자주 부각된다.

최근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될 때 트럼프는 이런 면모를 보였다. 특히 중국 정부와 떼놓고 볼 수 없는 '화웨이'를 공격할 때 우군을 모으면서 대치 전선을 형성했다.

영국, 일본, 대만 기업 등을 자신의 우군으로 만들면서 중국에 대해 공세를 취하고 있다. 한국 역시 선택을 강요 받는 쉽지 않은 위치에 설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중국 대로 항전 의지를 다지고 있다.

■ 월가에서도 주목하는 미중 무역전쟁 전면전 비화 가능성

미국에선 월스트리트도 이젠 미중 무역분쟁을 얼마전과 다르게 보고 있다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미국 매체 CNBC는 "월가는 불과 몇주 전과 달리 무역전쟁이 훨씬 더(a lot longer) 길어질 것으로 믿기 시작했으며, 경기는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믿기 시작했다"는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투자전략가들은 무역전쟁이 지속될 경우 2분기 기업이익이 충격을 받고 글로벌 경기에 더 큰 악영향이 갈 가능성을 엿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월가 일각에선 백악관이 '전력으로' 중국을 공략하면서 모든 중국 수출품에 관세를 물릴 수 있다는 예상도 많아진 모습이다. 전일 뉴욕 주요 주가지수가 1% 이상 급락한 가운데 상황은 진정되지 않고 있다.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진 가운데 안전자산으로의 도피를 종용하는 조언들도 많아진 모습이다.

QMA의 전략가 에드 키언은 "무역 전쟁이 악화돼 주가지수는 10% 혹은 그 이상의 조정을 받을 수도 있다"면서 "보다 확실한 결과를 기다리면서 자산들을 캐시나 국채선물로 옮겨놓았다"고 밝혔다.

미중 관계가 이미 틀어질 만큼 틀어져서 향후 사태를 봉합한다고 하더라도 그 여파가 계속될 수 있다는 진단도 보인다.

'타고난 비관론자'인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는 "무역합의가 이뤄져도 주가 상승을 이끌 큰 동력은 되지 못할 것"이라며 "무역전쟁이 끝나도 그 후유증은 미국 기업은 물론 미중 관계에까지 장기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 미국의 우군 확보와 중국 기술굴기 대표업체들에 대한 조준

미국이 중국을 타겟으로 우군을 모으는 모습도 눈길을 끈다. 미국은 중국 정부와 뗄레야 뗄 수 없는 화웨이를 타겟으로 참전을 요청했다.

일본, 대만, 영국 기업 등이 미국의 화웨이 동참 요청에 응하고 있다. 한국 쪽에도 참전을 요청했을 것으로 추론하는 게 합리적이다. 우리 역시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것이다.

외국 언론들은 영국 ARM과 보다폰, 일본 파나소닉 등이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동참을 선언한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의 거래 관행, 기술 절도 등을 문제 삼고 있지만 이 싸움의 본질은 미래 먹거리, 즉 '기술 패권'을 쥐기 위한 경제 헤게모니 다툼이다.

미 상무부가 화웨이에 이어 세계 최대 웹캠 업체 하이크비전에 부품을 공급하려는 미국 기업들에 정부 승인을 받도록 요구할 것이란 내용이 보도되기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23일 CNBC 인터뷰에서 "화웨이 최고 경영자는 미국인들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고 있다"면서 "국가가 지도하는 기업이고, 중국 정부로부터 직접 보조금을 받는다면 정말로 혜택을 받고 있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화웨이가 일개 대기업이 아니란 사실은 대부분이 알고 있다. 화웨이는 인민해방군 장교 출신의 런정페이가 1983년 창업한 네트워크, 통신장비 제조회사다. 중국 '기술굴기'의 선봉에 서 있었으며, 각종 기술 도용 문제, 정보 빼내기 등과 관련해서도 의심을 많이 받아왔다. 오래 전부터 화웨이는 '중국정부의 스파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것도 사실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전 세계는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원한다. 각국 지도자들을 만나 화웨이 장비를 사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국가안보 위험을 설명했다"면서 "더 많은 미국 기업이 화웨이와의 관계를 단절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매체 블룸버그는 미 상무부가 달러화 대비 통화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국가를 대상으로 상계관세 부과를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당연히 중국 등을 대상으로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 노회한 트럼프와 중국의 분노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방에 카운터 펀치를 먹이고도 아무일 없다는 듯이 친근한 미소를 지을 줄 아는 노회한 전략가다. 그리고 웬만해선 완전히 등을 돌리는 법도 없는 타고난 협상가 타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백악관에서 농민 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미중 양국이 함께 할 수 있을 것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 무역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면서 "중국과 무역 합의가 성사되면 이는 대단한 일이겠지만 합의가 안 돼도 괜찮다. 화웨이 문제 해법도 중국과의 무역합의에 포함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성가신 미국 우선주의자의 출연으로 전 세계가 피곤한 상태다. 하지만 중국도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을 향해 이성적으로 행동하고 위험한 행동을 시정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가오펑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이 중국과 관세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협상을 계속하려면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 매체들은 미국을 비난하면서 항전을 독려하고 있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미 정부가 선전포고도 없이 중국을 상대로 기술 냉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 분명해졌다"면서 "미국이 화웨이를 포함한 중국 기업들을 거래제한 리스트에 올리고 압박하지만 이는 중국이 첨단산업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핵심 분야의 자급자족을 실현하는 것을 촉진할 뿐"이라고 맞받았다.

적지 사람들이 중국의 '자급자족' 발언을 '뻥카'라고 보는 가운데 중국도 내부결속을 다지고 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20~22일 사흘간 장시성(江西省)을 방문하면서 희토류 공장에 들른 일은 항미(抗美) 의지를 다지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볼 수 있다.

시 주석은 희토류 공장을 방문해 "희토류는 중요한 전략 자원"이라며 '새로운 대장정'을 언급했다. 시 주석은 희토류 시설 사찰에 이어 공산당의 '대장정' 출발지인 장시성에 있는 간저우시 위두현을 찾아 기념비에 헌화했다.

시 주석의 이 같은 행동은 미국에 끌려가는 내부의 반발을 완화하거나 결사항전 의지로 평가받기도 했다.

아무튼 희토류는 중국이 상대국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다. 첨단 제품에 들어가는 희토류 최대 생산국 중국이 일종의 경고장을 날린 것으로 볼 수 있다.

2010년 일본과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두고 갈등이 심화했을 때 중국은 희토류 수출 중단을 선언하면서 일본을 굴복을 받아낸 바 있다.

당시 중국은 희토류 카드를 통해 일본이 나포한 자국 어선에 대한 석방을 이끌어낸 바 있다.

과거 등소평은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엔 희토류가 있다"는 말을 남긴 적도 있다. 다만 현재 싸움의 상대는 세계 최강 미국이다.

■ 미중 분쟁과 외국인 플레이에 장악 당한 한국 금융시장

미중 분쟁 속에 외국인은 계속해서 한국 주식을 팔고 한국 채권을 사고 있다.

정책 당국자들은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에 대해 채권은 많이 사고 있다면서 안심시키기도 한다. 외국인이 한국물을 모두 팔지 않는 것은 당연한 측면도 있다.

글로벌 안전자산선호 무드라면 나라를 막론하고 위험자산인 주식 매수에 대한 리스크는 커졌다.

반면 외국인 입장에서 경기둔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거시건전성은 여전히 양호한 한국의 채권은 살 수 있는 여건이다. 한국의 크레딧 리스크가 증폭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선 일단 그간 악재가 많이 반영됐다는 측면이 그나마 위로가 되고 있다. 지금의 지수에 악재가 녹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정치적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자산운용사의 한 주식 매니저는 "PBR 등을 감안해 이미 글로벌 금융위기 때 수준으로 주가가 충분히 저평가됐다는 얘기도 한다"면서 "하지만 한국기업의 실적 우려가 커진 상태이며 PER를 보면 주가가 더 빠질 여지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은 저평가에 대한 확신을 갖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여전히 미중 분쟁 정치 리스크가 커서 앞날을 장담하긴 어렵다. 다만 현재 주식 바닥에선 지수가 2천선 근처로 오면 사겠다고 하는 사람이 많긴 하다"고 말했다.

채권시장은 이미 금리 인하를 반영해 버렸다. 전일 국고5년물 금리까지 기준금리와 거리를 5bp 이상 벌리면서 1.6%대로 내려왔다.

이자율스왑 시장에서 많은 테너의 금리가 1.5%대를 기록 중이다. 단발적 금리인하가 아니라 금리인하 사이클 도래에 대한 기대가 커진 듯한 움직임이다.

호주는 기준금리가 1.5%인 상황에서 2년 국채금리가 1.1%, 10년 국채금리가 1.5%를 약간 넘는 수준이다. 외국인 입장에선 한국도 호주처럼 접근할 수 있는 시장이란 관점도 보인다. 하지만 역캐리라는 구조적 문제 때문에 채권 투자가 난감한 상태라는 평가도 많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금리 레벨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난감하다"면서 "하지만 외국인은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은) 호주를 보듯이 한국을 보는 것같다"고 말했다.

다른 채권딜러는 "한은이 과연 금리인하 시그널을 줄지 의심스럽다. 호주야 인하 시그널이 나왔지만, 우리는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단기 구간은 버티기 어려우며 스왑 쪽은 상황이 심각하다. 역캐리가 심해서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환율의 상승 흐름은 막혔다. 달러/원이 1190원대로 오면서 당국이 구두 개입과 실 개입을 통해 추가 상승을 일단 제어한 듯한 모습이다.

외국인 주식자금 이탈이 환율 상승을 부추기지만, 채권자금 유입은 환율을 끌어내리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당국이 일단 1190원대에서 경고장을 날린 탓에 상승 탄력은 둔화됐다. 다만 여전히 미중 갈등 변수 등으로 하향 안정에 대한 확신도 부족하다.

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어찌됐든 환율도 제 갈 길을 갈 것"이라며 "다만 진로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일단 단기적으로는 여전히 더 튈 여지도 있는 상황이다. 반면 장기적으로는 하락할 수 있는 정도로 본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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