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유선희 기자] 올해 1분기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인한 국내 카드사의 수익성 악화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업계 상위권 카드사들은 비용 절감 등 자구책을 마련해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다. 반면 중소형 카드사들은 직격탄을 고스란히 맞았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개 전업계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의 올해 1분기 총 순이익 합은 4532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4564억원) 대비 0.7% 감소해 전체적인 순익은 큰 증감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회사별로 들여다보면 수익 악화 징후를 살펴볼 수 있다.
업계 1위 신한카드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1220억원으로 전년 동기(1391억원) 대비 12% 줄었다. 1분기 발생한 일회성 비용(세후 약 173억원)을 제외하면 지난해 동기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자산이 10% 정도 증가한 것에 비해 1분기 수익은 전년 동기와 비슷하다"며 "1분기 수수료 수익 감소분이 300억원이었지만 중개 수수료 등 신 수익원 발굴과 비용 절감을 통해 순익을 보전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카드는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7.9% 늘어났다. 지난 1월 말부터 가맹점 수수료율이 인하됐지만 자동차 캐시백, 무이자 할부 등 고비용 마케팅 축소,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비용 효율화, 건전성 관리 등 내실경영에 집중해 이익 감소 폭을 최소화한 요인이 컸다는 설명이다.
현대카드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642억원으로 전년보다 146% 뛰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판관비 절감, 디지털 혁신에 따른 지점 축소 등이 실적 개선에 일시적으로 반영됐다"면서도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같은 기간 50억여원 줄어 전반적으로 비용 절감에 기인한 불황형 흑자"라고 설명했다.
중소형 카드사는 수익성 악화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시장 점유율이 작은 중소 카드사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신판 사업보다 가맹점 수수료 수익 의존 비중이 더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1분기에 비해 롯데카드는 38.7%(167억원), 우리카드는 38.9%(153억원), 하나카드는 28.6%(73억원)씩 순이익이 쪼그라들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수익이 줄고, 전년 동기 대비로 채권매각 규모도 축소돼 당기순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우리카드는 지난해 1분기 배드뱅크 배당금 100억원의 일회성 요인이 없어진 것과 함께 가맹점 수수료 인하 영향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하나카드 역시 이번 1분기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인한 손실이 컸다고 했다.
카드업계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실적이 우하향 곡선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반 가맹점 카드 수수료 인하가 2월부터 적용돼 1월에는 기존 수수료율로 이익이 났기 때문이다. 연 매출 500억원 이상 초대형 가맹점과의 수수료 인상 협상이 아직 결론 나지 않은 것도 걱정거리다.
수수료 체계가 바뀌면 새로운 수수료율을 반영하고 이후 협상 결과를 토대로 카드사가 차액을 지급하는 것이 관례다. 이번 실적에는 최종 수수료율이 결정되지 않은 가맹점들도 카드사가 제시한 인상된 수수료율이 반영됐다. 추후 협상이 끝나면 이 차액을 지급해야 하는데, 이런 손실이 순익에 고스란히 나타날 전망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올해 2분기부터는 바뀐 수수료 체계가 온전히 적용되는 데다 수수료율 조정으로 인한 차액분도 환급해야 해 본격적으로 어려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ys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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