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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페이 시범운영 개시…소비자·자영업자 모두 시큰둥

기사입력 : 2018-12-20 13:51

(최종수정 2018-12-20 14:18)

참여 사업자 별로 '제로페이' 용어 천차만별
소득공제 확대 등 소비자 유인책 필요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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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현 제로페이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식. / 사진출처= 중소벤처기업부(2018.07.25)
[한국금융신문 유선희 기자] 간편결제 서비스 ‘제로페이’가 20일부터 시범운영에 돌입했다. 소상공인의 결제수수료를 낮춰주겠다는 취지지만, 정작 시민들 반응은 시큰둥하다. 신용카드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에 비해 소비자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사업 초기부터 끊임없이 나왔고, 자영업자들도 다른 간편결제 시스템이 시장을 선점한 상황에서 굳이 새로운 페이의 등장이 필요하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계좌 to 계좌' 시스템으로 수수료 비용 절감 나서

제로페이는 정부와 서울시, 은행, 민간 간편결제 사업자가 함께 만든 결제 플랫폼이다. 제로페이는 매장에 비치된 전용 QR코드를 기존 은행이나 간편결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찍으면 소비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대금이 이체되는 모바일 직거래 결제 시스템이다. 카드사의 결제 대금 입금처럼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자금의 회전이 급한 자영업자들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들은 사용하는 은행 앱에서 계좌를 페이 시스템에 연동하면 이후 실물 카드가 없어도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제로페이'로 이름 붙였지만 모든 가맹점이 수수료 0%인 것은 아니다. 매출 구간에 따라 적용되는 수수료율이 다르다. 연 매출 8억원 이하 0%, 8억~12억원 0.3%, 12억원을 초과하는 가맹점들은 0.5%의 수수료율을 적용한다.

현재 제로페이가 가장 주력으로 삼는 마케팅 포인트는 소득공제 40% 헤택이지만, 이마저도 조건이 발생한다. 40%의 소득공제율 적용은 상시근로자 수 5인 미만의 소상공인 점포에서 사용된 금액에 한해서다. 그 외 사업장에서 제로페이를 이용하면 30%의 소득공제율이 적용된다.

이에 서울시는 대부분의 사업체가 소상공인이라 수수료는 실질적으로 0%고 소득공제율 40%도 보장된다는 설명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전체 사업체 10곳 중 8곳(66만개)이 소상공인이며, 카드 가맹업체 53만3000개의 90% 이상은 연 매출 8억원 이하의 영세업체다. 그때문에 사실상 거의 모든 영세 자영업자가 수수료 부담을 '제로화'하고 소비자는 40%의 소득공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가맹점 모집 관건이지만 '홍보 부족'

제로페이는 소비자들이 많이 사용할수록 자영업자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구조로 설계됐지만, 관련 인프라 확충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사용자들의 생활 기반에 제로페이가 자리 잡으려면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결제할 수 있는 가맹점들이 많아야 하는데, 사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인들이 너무 많은 것이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이다. 시범 서비스 개시를 하루 앞둔 19일까지만 하더라도 제로페이 가맹점 수는 2만곳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의 카드 가맹점 53만 3000여곳 중 제로페이 결제 가능한 업소 목표치인 13만곳의 15% 정도를 채운 채 사업을 시작하는 셈이다.

이에 서울시는 가맹점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로페이' 관련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직접 신청할 수 있고, 온라인 활용이 어려우면 중소기업중앙회 노란우산공제 상담사가 직접 방문해 가맹 계약을 체결할 수도 있다. 또 서울시 공무원들이 직접 외부 홍보 활동을 하며 제로페이를 알리고 있다.

영세 소상공인 중에는 제로페이와 같은 신기술에 대해 모르는 사람도 많아 관심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카카오페이·삼성페이와 같은 결제 시스템이 활성화됐는데 굳이 제로페이가 등장하는 것에 의문을 가지는 자영업자가 있다.

소비자 유인책이 영 부실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소득공제율 40%는 이는 신용카드(15%)는 물론 현금 및 체크카드(30%)의 소득공제율보다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하지만 연 소득의 25% 초과분만 공제를 받을 수 있다. 계좌 기반 결제 방식이다 보니 통장에 잔고가 없으면 결제를 할 수 없다. 과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야 있겠지만, 신용카드를 사용하면서 얻는 각종 포인트와 할인·할부 서비스에 비하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로페이' 용어의 혼용도 서비스 확산에 혼돈을 주고 있다. 현재 제로페이와 서울페이 각각 두 가지 홈페이지가 운영되고 있고 담고 있는 내용도 다르다. 서비스가 개시된 이 날 참여 사업자마다 '제로페이'라는 명칭 대신 다른 이름을 내걸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제로페이 대신 'SOL Pay(쏠 페이)'라 이름 붙였다. 한편 페이코는 '제로페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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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페이 유튜브 홍보 채널(위)은 BI를 소개하는 게시물 하나만 덩그러니 있다. 제대로 된 제로페이 소개 영상을 보려면 서울시 유튜브 채널에 방문해야 한다. / 사진 = 제로페이, 서울시 유튜브 채널


게다가 제로페이에 관심 있는 시민들에게 시스템을 홍보하는 영상도 아직 갖춰지지 않아 문제다. 제로페이 홈페이지 내 '제로페이 이용안내'를 누르면 6번째 탭에 제로페이 소개 동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제로페이 BI 소개', '제로페이,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제로페이 팩트체크'로, 총 3개의 설명 동영상이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제로페이 BI(brand identity) 소개만 확인할 수 있다. 동영상을 확인해보고자 이미지를 누르면 유튜브 'video zeropay' 채널로 연결되는데, 업로드된 것은 제로페이 로고 소개 영상뿐이다. 제로페이 홍보 영상은 유튜브 '서울시' 채널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이마저도 제로페이 재생목록이 구축된 게 아니라서 빼곡하게 나열된 영상 목록 중에서 일일이 찾아봐야 한다.

◇갓 태어난 '제로페이'...시스템 보완이 성패 가를 전망

애초에 이 사업은 3선에 도전하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자영업자들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겠다며 지방선거 공약으로 내건 사업이 확장된 것이다. 부산시·창원시 등 각 지자체서도 함께 참여하는 '전국구 사업'으로 커진 만큼 서울시의 성공 부담이 막중해졌다.

일단 서울시는 제로페이의 인지도 확산에 나섰다. 강남고속버스터미널과 영등포역의 지하상가를 '제로페이 존'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지하철 3,7,9호선이 겹쳐서 유동인구가 많은 고속터미널역 지하상가의 경우 606개 입점 업체 중 526곳이 가맹 신청을 했고, 영등포역도 입점업체 60곳 중 53곳이 참여하기로 했다고 전해진다.

가맹점들을 일괄적으로 가입시킬 수 있는 프랜차이즈 업체와 가맹을 체결해 결제 인프라 구축에도 나섰다. 이를 통해 본사가 운영하는 직영점 매장부터 제로페이를 도입하고, 내년부터는 개별 사장이 운영하는 전국 프렌차이즈 매장에서도 제로페이를 쓸 수 있게 된다.

서울시는 이달 21일 개장하는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에서 제로페이 결제 입장객에게 30% 할인을 제공하는 등 시민들의 사용을 최대한 독려할 방침이다. 내년부터는 제로페이 결제자에게 세종문화회관 입장료와 서울시립교향악단 공연비 10~30% 할인 혜택이 제공되고, 조례 개정을 거쳐 서울대공원 입장료 및 공공주차장 할인도 추진하기로 했다.

소비자 유인책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금융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제로페이를 활용한 가맹점 결제수수료 부담 완화' 보고서는 소비자 유인책 확대 방안으로 현재 연 소득의 25% 초과분만 40%의 소득 공제를 받을 수 있는 점을 보완, 소득 대비 지출이 25% 미만이어도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전문가와 관련 업계에서 제로페이에 대한 소비자 매력도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추후 포인트 적립을 도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수수료 수익이 거의 나지 않는 상황에서 결제에 사용하는 계좌 인프라를 구축·유지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사용자 혜택까지 주기는 힘들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만 현재 시범 사업인 만큼 정식 운영 전까지 시스템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가 제로페이의 흥행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은행과 카드사 등 금융권의 불만을 안고 진행하는 만큼 실패할 경우 정부에게 돌아올 원망의 소리는 작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유선희 기자 ys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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