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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모든 임직원은 상하관계 아닌 사업파트너”

기사입력 : 2018-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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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재산이다” 철학 중심 소통 강조
05년부터 단계별 전략 펼쳐 IB 대부로

▲사진: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미지 확대보기
▲사진: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앞으로 자본시장의 성장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시장의 영역 또한 크게 확장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 시장에서 강력한 플랫폼으로 자리 잡아 시장을 주도하고 외형과 수익을 키울 것입니다.”

정영채닫기정영채기사 모아보기 NH투자증권 대표(사진)는 30년이 넘는 시간을 투자은행(IB) 부문에서 몸담아와 ‘IB업계 대부’라고 평가받는 인물이다.

그는 “IB 업계를 위해 더 많은 시장을 개척하여야만 얻을 수 있는 명예”라며 “자본시장의 터전을 닦고 시장을 키우는 것이 자신의 소명”이라고 역설한다.

정 대표는 1982년 서울대 경영학과에 진학한 이후 1988년 대우증권에서 증권업계에 첫발을 디뎠다. 입사 후 동료 직원들보다 하루 두 시간씩을 더 일한 결과로 1997년 33세의 나이로 자금부장 자리에 올랐다. 이후 기획본부장, IB 담당 상무를 역임하며 승승장구하던 그는 대우증권 최고경영자(CEO)가 되겠다던 꿈을 접고 퇴사를 선택했다.

“조직이냐 시장이냐를 선택할 순간이 왔다고 느꼈다. 대우증권 CEO가 되겠다는 꿈을 접고 아직은 척박한 한국 IB 업계를 개척해보겠다고 마음먹었다.” 증권사가 위탁매매수수료를 주 수익원으로 삼던 시대는 진작에 끝났다고 생각한 정 대표는 IB사업의 미래 가능성을 내다보고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정 대표는 지금의 NH투자증권 IB 사업부가 업계 최상위권 지위을 구축하는 데 있어 일등 공신으로 활약했다.

옛 대우증권 출신의 정 사장은 지난 2005년 우리투자증권에 자리를 옮기면서 업계 7~8위권에 그치던 IB부문을 단숨에 1위로 끌어올렸다. 13년간 IB사업부 대표 수장직을 성공적으로 맡아온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3월 전사를 이끄는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격했다.

정 대표는 탁월한 상품과 경쟁력을 제공하는 ‘플랫폼 플레이어’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국내 자본시장에서 자본의 힘과 리스크 인수 능력에 기반한 상품 경쟁력과 솔루션 역량, 양질의 서비스를 고루 갖춰 업계 1위로 올라서겠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정 대표는 고객 가치 제고를 최우선으로 삼고 임직원들에게 지속가능한 성장을 향한 과제를 강조해왔다. 특히 무엇을 팔겠다는 원초적인 고민에서 벗어나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고객 가치가 커질 때 우리의 플랫폼이 확장될 것이고 플랫폼을 통한 자본의 흐름이 커질수록 탁월한 수익 성과는 그 결과로서 나타날 것”이라는 취임사에도 이 같은 뜻이 담겨있다.

◇ 전사가 정보 공유해 시너지

정 대표의 리더십에는 ‘사람’이 중심에 있다. 정 대표는 IB의 핵심은 곧 사람이라는 철학하에 모든 성과를 직원들의 공으로 돌린다. 외국계 인력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실력에도 처우가 받쳐주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서는 “끝까지 함께 가면서 1등을 해보자”며 격려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과 농협증권 합병 당시 200명이 넘는 IB부문 인력이 물리적·화학적으로 융합할 수 있었던 것도 정 대표를 주축으로 하는 ‘심기일전’ 덕에 가능했던 셈이다.

CEO와 임직원, 일반 직원들까지 상하관계가 아니라 사업파트너로 생각해야 한다는 게 정 대표의 지론이다.

그는 “회사의 특정 분야만 정보 공유 체계가 마련되어 있는데 전체가 그렇게 이루어져야 에너지가 효율적으로 활용된다”며 IB사업부에서 추진해오던 소통 전략을 전체 사업부로 확장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 대표는 IB사업부 대표 시절 외근이 잦았던 만큼 딜과 관련된 보고를 메일로 받는 경우도 잦았다.

그는 보고를 확인하면 잘 해보라는 격려와 함께 비슷한 유형의 과거 사례까지 첨부해 일일이 답장을 해왔다. 해외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블록딜, 기업어음(CP)인수 등으로 인한 위험 발생으로 수차례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이때마다 책임자로서 수습을 진두지휘해나갔다.

손실로 인해 IB사업부 전체가 성과급을 받지 못하게 되자 본인의 몫을 포기하고 직원들에게 이를 나누겠다고 회사와 담판을 지은 사례는 유명한 일화다.

◇ IB 하우스 탑티어로 이끌어

정 대표가 이끄는 NH투자증권은 최근 국내 발행어음 제2호 사업자로 진출한 데 이어 IB 질주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NH투자증권 IB사업부는 지난 2015년 업계 최초로 경상이익 10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1708억원의 경상이익을 올리면서 2000억원 돌파도 눈앞에 두고 있다. 기업이 IB와 관련된 서비스를 원할 때 NH투자증권을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자는 비전을 제시해온 게 주효한 역할을 해냈다.

특정 분야에서의 1등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주식발행시장(ECM), 채권발행시장(DCM), 인수합병(M&A), 프라이빗에쿼티(PE) 부동산금융 등 IB와 관련된 전 분야에서 고르게 탑티어에 들겠다는 전략이다.

우선 정 대표는 올해 ‘아시아 1등의 IB’로 오르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 대표는 중국현지법인과 상해사무소를 설립하고 홍콩현지법인을 아시아 중심 거점인 헤드오피스로 격상시키면서 아시아 IB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발판을 마련해놨다.

올해 IB 본부의 목표 이익은 1900억원으로 향후 2년 안에 3000억원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 대표의 IB 하우스에는 인본(人本)주의 가치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 3월 IB사업부 직원들을 소집해 간담회를 연 정 대표가 건의사항이 있으면 말해보라고 제안하자 한 직원이 손을 들고 낡은 의자들을 교체해달라고 요청했다. 항상 야근을 하는 IB업무 특성상 의자가 편해야 일도 잘 할 수 있다는 것.

이에 정 대표는 “상품담당 부서들은 당연히 편안한 의자로 교체하는 게 맞는데, 커버리지 담당 부서들은 송곳의자로 교체하겠습니다”라는 농담 섞인 답변을 던졌다. IB의 본질은 발로 뛰며 고객을 만나는 것이라는 그의 경영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고객 신뢰가 최우선 가치”

정 대표가 귀에 못이 박이도록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말이 있다. ‘고객과의 네트워크’. 현재 수수료를 얼마 받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고객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ECM이나 DCM 등 전통적인 IB 업무 중심에서 벗어나 체질을 바꾸고자 했다. 이를 위해 지금 당장의 수익 창출보다는 전 직원이 정보를 공유해 고객이 필요로 하는 상품을 적시에 공급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제시하고 있다.

정 대표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기업의 고민을 책임지는 IB 서비스를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그간 IB사업부 전원의 노력으로 어떤 외부 환경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조직을 만들었다”며 “리그테이블과 같은 표면적 실적에 집착하기보다 자본시장의 니즈를 충족할 다양할 콘텐츠를 제공해 상호 윈윈(win-win)하는 IB사업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한번 고객이 된 기업과 영원한 거래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이기도 하다. 정 대표는 사업부서의 전문성을 한데 모아 고객이 원하는 재무적 솔루션을 통합적으로 제시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추구하고 있다.

특히 IB사업부는 체계적인 시스템과 우수한 인적 재원이 조화를 이루었을 때 강력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고 보고 기업 마케팅을 담당하는 커버리지본부와 상품본부 간의 공조체계를 정착시켰다.

정 대표는 “고객을 통해 우리의 수익을 키우는 것보다 고객이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도록 돕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며 “고객을 위해 일할 때 우리 영업사원은 비로소 진정성을 갖게 되고 진정성으로 쌓아 올린 고객의 신뢰가 커다란 성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정 대표가 강조하는 고객 신뢰 가치가 가장 빛을 발한 순간은 웅진코웨이 매각 딜 사례를 꼽을 수 있다.

2012년 8월 웅진그룹이 코웨이(옛 웅진코웨이)를 매각하기 위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당시 우리투자증권은 매각 자문사로 들어갔다.

웅진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맞으면서 웅진코웨이 매각을 통해 이를 해소하고자 했던 것. 그러나 불과 한 달 후인 9월 26일 웅진코웨이 매각대금 납입일을 이틀 앞두고 웅진그룹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가 돌연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에 정 대표는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을 만나 매각을 원래대로 진행하면 회사를 다시 일으키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을 더하겠다는 뜻을 전했고, 결국 진심은 통했다. 윤 회장은 정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여 웅진코웨이를 MBK파트너스에 매각했다.

이를 시작으로 웅진케미칼과 웅진식품 등 계열사들의 매각도 성공해 웅진그룹이 법정관리에서 벗어나는 데 정 대표의 IB군단이 핵심 역할을 해냈다는 평가다.

▶▶ He is…

△1982. 02. 경북사대부고 졸업 / 1986. 02.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 1988. 01. 대우증권 입사 / 1997. 03. 대우증권 자금부장 / 2000. 05. 대우증권 IB부장 및 인수부장 / 2003. 06. 대우증권 기획본부장 / 2005. 03. 대우증권 IB담당 상무 / 2005. 08. (구)우리투자증권 입사, IB사업부 대표 / 2015. 03. NH투자증권 부사장, IB사업부 대표 / 2018. 03.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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