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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9(금)

[황유선의 육아수업]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10초의 마법

기사입력 : 2018-06-18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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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WM국] “빨리 빨리!” 우리는 늘 바쁘다. 당장 안 하면 큰일이라도 날 듯싶고, 다른 사람보다 뒤에 있으면 대단한 낙오자라도 된 듯해 빨리 남보다 앞서야 할 것 같다. 어디에 가든 무엇을 하든 이렇게 서두르는 태도는 대한민국을 IT 강국으로 이끈 원동력이란 소리도 있을 정도다.

물론 ‘부지런함’이라고 포장할 수 있으나 삶 속에는 느긋한 여유가 너무 없다. 날이 후텁지근해지기 시작하는 요즘 같은 계절에 이렇게 서두르다가는 기분이 상하기 일쑤다. 너도나도 남들보다 빨리 무언가 얻고자 하는 통에 습하고 더운 공기 속에서 불쾌지수가 상승한다. 이렇게 바쁘게 사는 우리들, 여기서 혹시 놓치고 있는 것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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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먼저’보다는 ‘내가 먼저 양보’를
실천하는 네덜란드 사람들

한 예로, 상점에서의 상황을 들어보겠다. 물건을 사러 갔을 때 난감해지는 순간이 있다. 줄이 있는 듯 없는 듯 명확하지 않아서, 혹은 줄이 딱히 없어서 다들 엉거주춤 순서를 기다릴 때다. 이럴 때 대개는 잽싸게 움직이는 사람이 유리하다. 나중에 왔건 말건 그냥 철면피로 먼저 주문을 하면 그만이다. 개념 없는 사람 때문에 정직하게 차례를 기다리던 사람만 골탕을 먹는다. 일단 상황이 그렇게 되면 다들 긴장을 하면서 서로 먼저 주문을 하려고 본의 아닌 기 싸움을 시작하게 된다. 물건 하나 사려다 애꿎게 기분만 상하기 일쑤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번호표를 뽑는 시스템이 마련됐지만 노점을 비롯해 여전히 번호표 없는 상점이 더 많다.

네덜란드에 살 때였다. 필자가 사는 동네에는 주말마다 청년들이 농장에서 직접 가져온 과일을 파는 노점상이 섰다. 과일이 하도 싱싱하고 맛나서 그 작은 노점상 앞에는 늘 사람들이 북적였다. 작은 트럭이었고 노점상이다 보니 번호표는커녕 줄을 서기도 애매한 곳이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그 노점상 앞에서는 손님들이 죄다 누가 먼저고 누가 다음인지를 알고 있는 듯 보였다. 오히려 과일 파는 청년이 순서를 헷갈려 나중에 온 사람에게 먼저 과일을 팔려고 하면 그 손님은 “나 말고 저 사람이 먼저 왔어요”라고 정중하게 순서를 사양하며 한 발 뒤로 물러섰다. 그러니 노점상에 과일을 사려고 몰려 있는 사람들은 그저 조용히 서서 순서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모두가 서로 순서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먼저 주문해야지’하는 생각보다 ‘내가 누구 다음인가’에 더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눈치 볼 필요도 없고 공정하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 새치기라도 하면 그 때는 경멸의 눈초리를 각오해야 한다. 사람들은 그 새치기 한 사람을 ‘참으로 못 배운 사람’이라고 여기며 쳐다본다. 나 하나쯤 슬쩍 먼저 가더라도 모르겠지 하는 심정으로 양심 없는 새치기를 하는 것은 네덜란드에서 망신살을 만천하에 뻗치는 것과 다름없다.

그러나 때로는 순서가 애매할 때도 있다. 누가 먼저인지, 누구에게 먼저 서비스를 해야 하는 지 매번 그렇게 딱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동시에 도착해 줄 앞에 서게 될 수도 있다. 그럴 때도 네덜란드 사람들은 십중팔구 “먼저 가세요.”, “먼저 주문하세요”, “제 앞으로 서 세요. 저는 그 다음에 설게요”라면서 서로서로 양보하는 편이다. 그러니, 네덜란드 국민들은 삶 속에서 최소한 순서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다. 순서에 대한 신경만 안 쓰더라도 얼마나 삶의 질이 높아지는가.

따지고 보면 내가 하나 앞선다 하더라도 어마어마한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나 하나 뒤에 서겠다는 마음으로 양보를 하면 오히려 내 마음이 더 풍성해진다. 내 얼굴에 미소 한 번 더 지을 수 있으니 이익 아닌가.

마찬가지로, 필자가 사는 동네에 유명한 아이스크림 집이 있었다. 그 역시 인기가 높아서 늘 줄이 길었다. 부모의 손을 잡고 온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아이들은 순서를 양보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스크림을 사먹곤 한다. 살아 있는 교육이다. 이렇듯, 네덜란드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는 ‘나 먼저’보다는 ‘내가 먼저 양보’라는 태도가 배어 나온다. 어디에 가더라도 서로 양보하는 상황 속에서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과 감사가 멈추지 않는다.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평화롭고 편안한 것도 이와 연관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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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위한 배려의 시간은
단 10초임을 기억하자

한번은 국내의 백화점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기다릴 때였다. 백화점 엘리베이터 앞은 늘 사람이 많아 언제나 기다려야 한다. 기다리는 사람들 중에는 유모차를 끌고 온 부모도 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유모차는 뒷전이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심지어 미처 엘리베이터 안에 있던 사람들이 내리기도 전에 잽싸게 엘리베이터 안으로 밀고 들어간다. 간신히 유모차가 비집고 들어갈 자리라도 있으면 다행이다. 어린아이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다. 다들 누군가의 엄마 아빠이고, 누군가의 할머니 할아버지일 텐데 말이다.

또 커다랗고 육중한 건물의 유리문 앞에 두 사람이 비슷하게 도착했을 때, 대개는 누군가 더 빨리 문을 밀고 냅다 나가버린다. 심지어 그 다음 뒷사람은 아랑곳 않고 문을 손에서 놔 버린다. 그럼 뒷사람은 반동 때문에 뒤로 튕겨 오는 문을 받쳐야 하는 수고스러움뿐 아니라 혹시 모르는 위험까지 감수해야 한다. 서양의 신사들처럼 문을 열어 잡아주고 상대가 먼저 지나가도록 손짓을 해줄 필요까지는 없다 하더라도 뒷사람의 안전이나 불편함에 대한 고려는 있어야 한다. 결국, 양보와 배려심의 부재다. 엘리베이터 그리고 육중한 문. 상대에 대한 배려로 인해 내가 양보해야 하는 시간은 단 10초도 안 된다.

10초와 바꿀 수 있는 대가는 가히 대단하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생활의 순간순간에 남이 어떻게 움직일 지 신경 쓰며 피곤하지 않아도 된다. 행여 방심하면 새치기라도 당할까봐 잔뜩 긴장하고 얼굴 찡그린 채로 다른 사람의 행동을 주시하며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아도 된다. 각자의 순서는 각자가 기억할 테고 사람들은 자신이 조금이라도 이득을 보려고 양심을 버리는 행동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내가 남을 먼저 배려하는 만큼 남도 나를 배려한다. 남에게 호의를 받으면 기쁘다. 하지만 더 큰 선물은 내 마음 속에 자연스럽게 찾아 온 평화다. 내가 베푸는 만큼 행복해지는 것은 내 마음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자녀에게 공정하고 편안한 사회를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사회가 좋아지면 그 혜택은 내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내 아이들은 어떤 상황에서든 불평부당한 일을 겪지 않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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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배려하는 아이로 키우는 방법
질서를 잘 지키는 것은 지극히 기본적인 생활 규범이다. 강제성은 없지만 여러 사람이 실천해야 하는 사회적 약속이다. 서로에 대한 신뢰는 물론 따라온다. 차례조차 지키지 않는다는 것은 ‘배우지 못한’ 처사다. 이제부터는 자녀에게 차례 지키는 가정교육을 좀 철저히 시킬 필요가 있다. 첫째,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반드시 순서를 지키도록 하자. 누구나 먼저 서비스를 받고 싶은 마음이지만 순서를 지킨다면 좀 기다리더라도 불편함이 훨씬 덜하다. 둘째, 다른 사람을 배려하기 위해 내 시간 단 몇 초를 할애하는 습관을 키워주자. 관대한 인격을 가진 성인으로 성장할 테고 내 자녀의 품격은 높아진다. 셋째, 내가 먼저라는 생각보다 다른 사람 먼저 배려하는 태도를 가르치자. 마음의 여유는 실제 삶의 여유로 이어진다. 물론, 이런 가정교육을 시키려는 부모라면 먼저 실천해야 함이 당연하다.

이도저도 복잡하다면, 그냥 내 자녀가 하루에 딱 30초 만이라도 남을 위해 양보하는 데 쓰도록 실천해보면 어떨까. 남을 기쁘게 만드는 10초의 시간이 세 번이다. 이런 배려의 실천을 통해 그 누구보다도 더 행복해질 사람이 바로 내 자녀다.

황유선•언론학 박사•〈네덜란드 행복육아〉 저자•전 중부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전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전 KBS 아나운서
황유선•언론학 박사•〈네덜란드 행복육아〉 저자•전 중부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전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전 KBS 아나운서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 '웰스매니지먼트' 6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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