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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현대백화점 10만원 이하 한우세트 대세

기사입력 : 2018-02-12 00:00

(최종수정 2018-02-1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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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세트 키워드서 그해 트렌드 읽혀”
10년 전 ‘웰빙’서 ‘가심비’까지 진화
김영란법 개정…백화점 두자릿수 성장

롯데·현대백화점 10만원 이하 한우세트 대세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신미진 기자] 1980년대 설 명절을 맞아 큰 집으로 삼삼오오 모여드는 가족들 손에는 ‘델몬트주스’ 선물세트가 빠지지않고 들려있었다. 일명 ‘보리차병’으로 불리던 ‘델몬트 무가당 오렌지주스 100’을 나눠마시던 기억은 추억의 한 편으로 자리잡았다.

이후 명절 선물세트는 1980년대 중반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체제가 완성됨에 따라 일종의 문화로 정착됐다. 1990년대부터는 지역명을 딴 한우와 굴비 등이 두각을 나타내며 대표 설 선물세트로 자리매김했다.

‘웰빙(Well-being)’ 열풍이 불었던 2008년 당시 명절 선물세트 키워드는 ‘건강’과 ‘프리미엄’이었다. 당시 롯데백화점에서는 무 항생제 한우, 고종황제 진상 곶감, 궁중진상 갈비 등 선물세트 명칭에도 프리미엄을 강조했다.

유통업체들의 매년 선물세트 주요 키워드는 그해 소비 트렌드로 굳혀지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고객들의 소비심리가 반영된다는 뜻이다. 설 기간 매출 또한 한 해 실적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로도 쓰인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설 선물세트 키워드는 10만원·간편식·가심비로 꼽힌다. 가심비는 ‘가격대비 심리적 만족’을 줄인 말로 실속을 중시하는 성향의 반대를 뜻한다. 일명 ‘가심비족(族)’은 자신을 위한 소비를 아끼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부정청탁금지법 개정에 따른 영향으로 5~10만원대 선물세트도 인기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말 농·축·수산물에 한해 선물 상한액을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상향했다. 이밖에 1인가구 증가에 따른 가정간편식(HMR) 선물세트 열풍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 예의상 주고받던 명절 선물세트가 트렌드를 입은 상품으로 바뀜에 따라 의미를 부여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며 “특히 20~30대 젊은층에서부터 이 같은 선물세트 소비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 빗장 풀리자…5~10만원이 ‘대세’

‘김영란법’이 개정되자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업체들의 설 선물세트 매출은 두 자릿수로 급증했다. 백화점은 대형마트와 달리 10만원대 이상 고가형 선물세트가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김영란법이 적용된 지난해 설 기간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선물세트 매출이 역신장하는 고초를 겪었다. 유일하게 매출이 오른 롯데백화점도 전년대비 0.4% 증가하는데 만족해야했다.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현대백화점(1/5~2/3)과 신세계백화점(1/5~2/2)은 설 선물세트 매출이 전년대비 각각 36.5%, 35% 증가하며 고성장을 이뤘다. 롯데백화점(1/22~2/3) 매출 역시 25.7% 올랐다.

금액대별로 보면 5~10만원대 선물세트가 전체 매출을 견인했다. 현대백화점은 5~10만원 선물세트 매출 신장률이 171.3%에 달했으며, 객단가 또한 지난해 4만7000원에서 9만2000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신세계백화점도 5~10만원대 선물세트 매출이 165% 급증했다. 반면 5만원 이하 매출은 최대 전년대비 15% 감소했다.

5~10만원대 농·축·수산물 선물세트 품목을 대거 확대한 점도 주효했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10만원 이하 농·축·수산물 품목 수를 전년대비 각각 30%, 50% 늘렸다. 특히 현대는 10만원짜리 냉장 한우 선물세트인 ‘현대특선한우 성(誠) 세트’를 2013년 이후 5년만에 처음 판매한다.

백화점업체들은 선물 상한액이 5만원이었던 지난해 명절 선물세트 기간에는 가격을 낮추기 위해 축산·청과 등의 상품군에서 수입산으로 구성된 선물세트를 선보였지만, 올해는 국내산 상품을 대거 선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부정청탁금지법 개정으로 선물 상한액이 10만원으로 오르고, 정부 주관으로 국내산 판매촉진 캠페인이 진행되는 등 수요 증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 현대 특선한우 성. 사진 = 현대백화점그룹이미지 확대보기
▲ 현대 특선한우 성. 사진 = 현대백화점그룹
◇ 달라진 풍경…“명절음식 주문하세요”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를 공략한 명절음식 한상차림이나 가정간편식 선물세트도 등장했다. 직접 명절 요리를 하기보다는 완제품 상태를 선호하는 고객층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롯데백화점은 업계 최초로 ‘한상차림’ 선물세트를 선보인다. 한상차림은 대표 명절음식인 전과 갈비찜, 나물 등을 조리한 상태로 판매한다. 총 15가지로 출시됐으며 대표상품은 전 세트, 나물 5종, 소갈비찜, 나박김치, 잡채, 소고기뭇국으로 구성된 ‘라운드치킨7 상차림 세트’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트렌드가 많이 바뀌면서 식사도 간소화 되고 음식 또한 직접 요리보다는 완성된 요리를 주문하는 성향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명절 전날 롯데백화점 반찬 매장의 매출은 평일보다 120% 이상 높다.

신세계백화점은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올반 브랜드의 간편식 선물세트를 준비했다. 그간 굽기 편한 생선, 바로 육수를 낼 수 있는 간편 육수 등의 선물은 많이 있었지만 육개장, 해장국 등 가정 간편식을 명절 선물로 판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표제품으로는 올반키친 가족 한상 세트(4만4000원) 등이 있다. 진한 곰탕, 북어해장국, 청국장, 맛김치 등 총 9가지 인기 높은 국·탕·반찬으로 구성해 1인 가구뿐 만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소포장 선물도 눈길을 끈다. 롯데마트는 1등급 한우 등심과 채끝 등을 한 팩씩 소포장한 ‘한우 냉장 간편포장 한 마리 세트’를 판매하며, 이마트는 기존 6.5~7.5kg대 배 세트를 5kg 낮춘 ‘당도선별 배 VIP 선물세트’ 등을 내놨다. 가격 또한 배 시세가 평년보다 약 18% 저렴함에 따라 1만원대로 맞췄다.
▲ 세븐일레븐에서 출시된 휴대용 블루투스 마이크 ‘지니103 무선마이크’(좌)와 음성 통역기 ‘매직톡’ 설 선물세트. 사진 = 코리아세븐이미지 확대보기
▲ 세븐일레븐에서 출시된 휴대용 블루투스 마이크 ‘지니103 무선마이크’(좌)와 음성 통역기 ‘매직톡’ 설 선물세트. 사진 = 코리아세븐
◇ “평범은 거부”…이색 선물 눈길

20~30대 젊은층을 겨냥한 이색 선물세트도 눈길을 끈다. 이마트는 더부스의 ‘대강 맥주’ 등 수입맥주 선물세트를 지난해 설보다 6종류 늘린 10종으로 준비했다. 이밖에도 대형마트 최초로 가정용 피부관리기기 세트를 설 선물세트로 구성했다.

편의점도 이색 선물세트를 주력으로 내놨다. GS25는 자신의 성향에 맞춰 거주공간을 꾸미고 싶어하는 고객을 겨냥해 10~20만원대의 가구제품과 ‘다이슨’의 무선 청소기도 선물 세트로 출시했다. 이밖에 CU는 ‘샤오미 미에어2 공기청정기’, 미니스톱은 ‘제스파 눈 마사지기’, 세븐일레븐은 휴대용 블루투스 노래방 마이크인 ‘지니103 무선마이크’를 판매한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1인 가구 증가라는 인구 구조의 변화가 명절 선물세트 트렌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에 다양해진 소비 특성을 반영해 차별화된 선물세트 구색을 확대해 준비했다”고 말했다.
‘홈퍼니싱 족(族)’을 위한 명절 선물세트도 인기를 끌고 있다. 홈퍼니싱은 홈(Home)과 퍼니싱(Furnishing)의 합성어로 가구나 조명은 물론 침구·카펫·조명·인테리어 소품 등을 활용해 집 꾸미기를 즐기는 문화를 말한다.

신세계백화점은 설을 앞두고 룸 스프레이, 디퓨저 등 ‘홈 앤 퍼스널 케어’ 페이지를 확대해 선보였다. 그 결과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5일까지 매출이 전년대비 89.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테리어 제품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추석 선물세트 본 판매 기간(9/15~9/30)동안 생활 선물세트도 목표 대비 50% 가량 더 팔렸다.

홈퍼니싱 열풍과 함께 ‘가심비’를 중시하는 트렌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회사 측은 분석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작은 사치를 꺼리지 않는 트렌드와 셀프 인테리어 족 증가가 종합돼 관련한 선물을 문의하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활용도와 셀프 인테리어에 초점을 맞춘 상품이 명절 선물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신미진 기자 mjshi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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