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요즘 이런 ‘현대판 음서제’ 논란을 일으키면서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는 곳이 있다. 바로 금융감독원과 우리은행 등 금융가다. 무엇보다 금융회사를 관리, 감독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금융감독원에서 채용 비리는 놀라워서 입을 다물 수 없다. 이들은 특채가 아닌 공채를 표방하고서도 청탁자들의 자제를 합격시키려고 갖은 사기술을 동원해 수많은 공채 지원자들을 기만한 것으로 드러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에 위상에 걸맞은 공공의식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상식조차 외면한 채용비리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사실 우리은행은 직원 평균 연봉이 8000만 원에 이르고 복지수준이 높아 금융회사 중에서도 민간 분야의 ‘신의 직장’으로 꼽힌다. 지난 7월 올해 채용인원을 600명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선언하고 하반기 채용에 돌입했지만 정부 지분이 많은 우리은행이 이런 식이라면 ‘공공 부문 일자리 81만 개’ 공약도 빛을 잃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혜 채용으로 지목된 사례 중에는 청탁자가 우리은행 관계자에게 직접 부탁한 경우뿐 아니라, 우리은행을 감독하는 금융당국을 거친 민원도 적지 않았던 것 같다. 심상정 의원이 공개한 문건에는 이상구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요청으로 한 건, 또 한 건은 금융감독원 요청으로 기재돼 있었다. 금융감독원이 공채에 특혜 채용을 밀어 넣은 일이 우리은행 뿐만 아니라 금융권 전반에 걸쳐서 암암리에 일어나고 있지 않았는지 의심스럽다.
안 그래도 공공기관 채용비리 등이 70만 취업준비생들에게 던진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이번 금융권 채용의혹까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우리나라 채용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근본부터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국사 교과서 한 귀퉁이에 있을 법한 '음서제'가 요즘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라오는 일이 잦고, 온라인상에서는 이를 우려하는 쓴소리가 쏟아지고 있는 상태다. 아이디 ‘sun*****’를 사용하는 한 네티즌은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 조선도 고려도 아닌 21세기인데 부모의 능력에 따라 채용이 결정되는 사회, 정말 희망이 없다”며 개탄했고, 아이디가 ‘ryun****’ 네티즌은 “특혜 채용은 무조건 중대한 범죄 행위다. 이건 아닌것 같다”며 현대판 음서제를 향한 작심비판을 날렸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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