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소중했던 동전이 이제는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한국은행이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2020년까지 ‘동전 없는 사회(coinless society)’를 추진하고 있어서다. 현금 계산 후 거스름돈으로 동전을 받는 대신 교통카드에 충전하거나 계좌로 입금할 수 있게 해줘 동전 사용을 없애겠다는 것. 동전 없는 사회를 일컬어 '현금 없는 사회'로 가는 전 단계다.
사실 500원짜리가 한때 지폐로 나온 적이 있었다. 1973년 9월1일 처음으로 찍어낸 500원짜리 지폐의 위력은 꽤 셌다. 자장면 두 그릇 값을 지불하고도 잔돈을 챙길 수 있었다. 그러나 이순신 장군과 거북선, 국보 1호인 숭례문 그림이 들어있는 이 지폐의 당당하던 위상은 올라가는 물가와 반대로 추락하기 시작했고, 결국 1982년에는 동전으로 전락했다.
그러나 해마다 늘던 동전 발행량이 지난해 처음으로 감소했다. 화폐의 전자화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어서다. 지난해 국내 상거래의 50%는 신용카드로 이뤄졌다. 체크카드까지 포함하면 3분의 2가 전자 거래다. 현금 사용 비중은 26%로 뚝 떨어졌다. 해외여행을 갈 때 달러를 잔뜩 환전하고, 외출할 때 지갑 속 현금을 세는 경우도 드물어졌다. 동전의 쓸모도 매우 감소했다. 공중전화와 자판기도 카드나 지폐로 쓰는 세상이다.
현금 사용이 줄어드는 건 세계적 추세다. 스웨덴의 경우 현금거래 비중이 20%로 떨어졌다. 현금을 비축하지 않는 은행이 늘면서 금고를 턴 강도가 아무 것도 못 훔치고 잡힌 황당한 일도 있었다. 프랑스와 벨기에는 일정 금액 이상의 물건은 현금으로 살 수 없도록 했다. 덴마크는 올해부터 화폐 생산을 중단했으며, 필요할 때만 다른 나라에 위탁 생산하기로 했다. 현금 없는 사회에서는 모든 금융거래 내역이 서버에 기록되기 때문에 탈세, 뇌물 등 불법거래를 줄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하지만 ‘동전 없는 사회’가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해킹, 금융사기, 사생활 침해 같은 부작용을 우려하는 전문가도 많다고 한다. 유명한 전자화폐 ‘비트코인’은 서버가 털려 수백억 원어치를 도둑맞는 사건을 수차례 겪었다. 카드사용이 미숙하고 카드발급에 제약을 받는 노년층과 경제취약 계층에게는 동전이 여전이 필요하고 소중한 가치저장수단이 될 수 있다. 실제 상당수 어르신과 거의 모든 어린이는 자기 카드가 없다. 전자결제에 익숙지 않은 경우도 많다. 신용불량자와 빈곤층도 자신의 명의로 된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마련하기 힘들다.
옛말에 높은 곳에 오르려면 낮은 곳에서부터 한 걸음씩 올라야 한다고 했다. 이 세상에서 남부러울 것이 없는 백만장자라 할지라도 그 자산의 출발은 아주 적은 액수의 돈이 모여 이룰 수 있었음을 명심해야 된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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