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범을 앞둔 인터넷전문은행의 지분구조와 관련한 은행법 개정을 놓고 말들이 많다. 현행 은행법에선 은산분리(銀産分離) 라는 대원칙 하에 산업자본이 은행의 최대 지분율을 10%까지 보유할 수 있지만 의결권은 4%까지만 인정하고 있다. 금융자본(金融資本)과 산업자본(産業資本)이 분리해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잠식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불공정한 일들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해부터 정부는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이 규정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지난 19대 국회에서 이와 관련한 은행법 개정안이 흐지부지 되면서, 케이뱅크 출범이 코앞으로 다가온 현재까지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만약 제도적 차원에서의 해법 마련이 지원되지 않으면 본래 취지와 특색을 상실한 채 ‘또 하나의 은행’ 출범에 그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최근 정국 주도권을 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은산분리 규정을 신줏단지처럼 모시고 있다. 그들은 '재벌이 은행을 가져선 안 된다'는 도그마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 이대로 라면 법안 통과는 기약할 수도 없고 향후 증자도 어려워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 금융 선진국들은 20여 년 전부터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1990년대 초부처 시범사업을 거쳐 2000년대부터 인터넷전문은행을 본격 운영했다. 우리와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과 후발 주자인 중국도 인터넷전문은행을 적극적으로 운영 중이다. 미국의 시큐리티 퍼스트네트워크 뱅크, 일본의 다이와넥스트뱅크, 중국의 위뱅크 등 인터넷은행은 규모를 키워가며 해외시장 진출까지 타진하고 있다. 은산분리라는 30년이 넘는 낡은 잣대를 기준삼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못하게 막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이다.
물론 야권과 시민단체의 우려가 터무니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발생할 가능성이 낮은 은행의 사금고화 등을 우려해 세계적인 추세인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반대한다는 것은 억측이다. 거세게 흐르는 강물을 막는다고 멈추게 할 수는 없다. 부작용이 걱정된다면 인터넷전문은행 지배구조 완화 자체를 막아설 것이 아니라 이를 차단할 수 있는 감독체계 강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면 된다. 은산분리에 사로잡혀 은행법 개정을 못한다면 금융산업의 발전을 기대할 수 가 없다. 야권과 시민단체는 20세기 초 서구에 문호 개방 시기를 놓쳐 나라를 통째로 내어준 쇄국정책의 폐해를 생각해 봐야 한다.
은산분리정책은 오래전부터 그 의미를 상실한 구시대 유물이다. 미국도 1999년 급변하는 세계금융시장에 적응하기 위해 은산분리 완화를 내용으로 하는 금융현대화법(Gramm-Leach-Bliley Act)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치권은 여전히 55년 전의 은산분리 정책으로부터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는 IT 주도적 세상에서 은산분리가 핀테크 산업 육성보다 더 우선시돼야 한다는 주장은 마치 환경보존을 위해 고무신보다는 짚신을 신어야 한다는 말과 같다. 인터넷전문은행을 위한 은행법 개정안을 미루고 반대하는 것은 경제활성화를 역행할 뿐 아니라 급박히 변하는 글로벌시장에서 자칫 ‘금융주권’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점을 인지하기를 바란다. 더 이상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을 늦출 수는 없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대기업특혜의 관점이 아닌 금융업 경쟁력 제고라는 입장에서 생각하기를 촉구한다. 국회는 더 많은 금융소비자가 혜택을 누리고 국내 금융산업 전반의 경쟁력이 높아지도록 인터넷은행 지분규제부터 과감히 풀어야 할 것이다. 우리도 다른 형태의 금융을 경험할 때가 됐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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