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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생태’ 하자면서 구획짓기 좋다면

기사입력 : 2013-07-15 07:54

(최종수정 2013-07-1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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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생태’ 하자면서 구획짓기 좋다면
영어를 비롯한 서양 낱말에서 어근을 알면 이해하기 쉬워지는 것처럼 한자는 그 글자를 이루는 변이나 방 또는 부수의 원래 쓰임이나 뜻을 알면 깊은 맛을 즐기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창 과(戈)자가 들어간 말들은 창을 들고 지키거나 창을 들고 하는 행위와 관련 된 경우가 많은 것이 좋은 예다. 칠 벌(伐)자는 사람이 창을 들어야 하는 경우 벌어짐직한 일을 잘 일러 주고 경계할 계(戒)는 두 손으로 창을 공손히 들고서 하는 일을 알 수 있고 나라 국(國)자는 창을 들고 지켜야 하는 영역이 매우 크다는 뜻을 담아 낸 글자라고 한다.

◇ 환경에서 생태로 인식과 문화 쇄신이 더딘 만큼

대한민국 경제가 산업화를 거듭해 성장가도를 달리다 보니 마주치게 된 선진국 병 가운데 가장 사회적 이슈로 자주 등장하는 것으로는 수질과 대기 그리고 토양 등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를 들 수 있겠다.

80년대 공해추방연합이라는 단체가 등장했을 때만 해도 공해가 끼치는 나쁜 영향을 억제하고 막아보자는 취지였다고 본다면 이제는 한국에도 녹색당을 창당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눈을 비롯해 코와 귀, 입 등으로 곧장 알 수 있는 직접적 피해를 줄이려는 ‘환경운동’이 더욱 근본적인 원인을 거슬러 오르다 ‘생태주의’사상으로 발전했고 우리 나라에도 지지층이 두터워지고는 있다.

하지만 당장의 경제적 후퇴가 올지 모른다고 하면 필요는 하겠지만 필수는 아니라고 물러설 사람들이 더 많고 이 때문에 아직 한국의 ‘생태’ 지수는 OECD평균보다 낮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가까운 이웃 기준으로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우리 삶의 터전과 주요 기반과 관련된 대기, 수질, 토질, 농축산물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당연히 민감도가 높아야 하는데도 당장 내가 숨쉬는 공기, 마시는 물 등 직접적인 것이 아니라면 녹색친화 생태친화 이야기는 공감하는 사람 만나기가 쉽지는 않다.

때문에 지난 정부 5년 동안 불었던 ‘녹색’이데올로기에 대한 저항이나 비판이 낮았는지도 모른다. 녹색과 성장이 공존할 수 있다는 논리는 진보와 생태주의의 공존 만큼 근본적으로는 불가능한 이야기다.

이런 사회적, 문화적 토대를 인정하고 ‘금융생태계’ 담론을 떠올려 본다.

◇ 생태계 존중이 어려운데 금융생태계 운동을 펼치기란

사람들이 살 수 있으려면 필요한 것들이 있고 그런 것들이 존치되고 유지될 수 있어야 한다는 수준에서 생태계 보호를 실천하는 일이 쉽지 않은데도 경제 분야에 생태계 원리를 적용한 것 가운데 하나가 ‘금융생태계’담론이다. 금융생태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일천한 것은 아니다. 약 5년 전 필자는 인천대 이찬근 교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나무가 모여 이루는 숲조차도 거목만 몇 그루 존재한다거나 여리고 조그만 나무들 밖에 없다거나 해서는 생명력 강한 숲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유를 했다.

금융계에 적용하자면 초대형 은행만 몇 남기고 나머지는 없어지면 금융시장 효율성이 매우 높아질 것이라는 논리가 지배했던 외환위기 초반 담론에 대한 통렬한 반론이다. 금융생태계 담론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 관점에서 대한민국 금융산업이 유기적 역할 분담과 자연스런 순환이 이뤄짐으로써 종의 다양성에 바탕을 둔 싱싱한 생명력을 끌어 올릴 수 있기를 희망하는 것이 생태계 담론의 한 단면일 것이다. 물론 현실은 금융인조차 꼭 그래야 하는지 선뜻 동의해 주지 않을 것이라는 맥 빠질 노릇히긴 하다.

그래도 지향해야 할 가치임에는 틀림 없다. 소비자들의 처지에서도 은행의 대형화 양상 때문에 은행 문턱에서 미끄러지면 고금리 대출시장에 내몰리는 현실을 더 넓게 조망하는 안목이 소비자 스스로에게 득이 된다는 사실을 깨우칠 수 있기를 바래 본다.

◇ 생태주의 보편적 확산을 향한 꿈 아직은 태동기

다만 우리 현실은 생태주의 원리에 부합하는 금융계가 영영 복원되지 못할지 모를 위기감을 느끼게 한다는 사실이다. 메가뱅크를 출현시키면 포화단계에 이른 국내 시장에 약이 될 것인가 독이 될 것인가 자명한데도 힘의 논리, 광고주의 논리에선 브레이크가 마땅하지 않다. 그리고 또 하나 생태주의 틀과 논리를 명확히 하는 금융산업발전론을 펴는 전문가가 아직은 태부족이라는 현실도 인정해야겠다.

최근 열렸던 한 세미나는 아직 이상 속의 생태계 담론이 현실 문제 극복을 위한 책략을 구체화시킬 때 제대로 발현하기란 얼마나 어려운지 단적으로 보여 준 사례라고 생각한다. 금융생태계 현좌표를 그린다면 무엇이 부족할까? 당장의 수익과 단기성과에 좌우되는 성향의 개체가 지배하는 숲이 아닐까? 그렇다면 태생적 시장주의 개체들에 걸맞은 공공적 역할과 기능을 할 개체들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촉진하는 방도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개별 금융사, 또는 특정 금융권역별 미시 분석을 통해 구획을 지어 분석하는 과정에서 전체 생태계를 통투할 만큼 시야를 확보하는데 실패한 점이 안타까웠다. 그렇다 그을 획(劃)자에는 칼이 들어 있다. 칼을 대자는 것은 생태주의가 기본적으로 아니다. 태풍에 쓰러진 농작물을 일으키려는 마음이 더 어울린다.

그래도 이 만큼 나아간 게 어딘가? 풀뿌리 저신용 기구에서 초대형 금융그룹 문제까지 패이고 헌 땅이 있으면 메우고 엇나간 물길을 조금 바로잡아 주는 정도로 자생력 강한 금융계가 될 수 있는 고차원적 프로그램을 마련하는데 첫 술에 배 부를 리는 없다고 가슴 도닥여 본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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